회복의 이면에 드리운 민생 그림자
반도체 수출 호조로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재정경제부는 최근 경기 동향에서 회복세가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는데요. 하지만 이 같은 긍정적 평가의 이면에서는 물가 부담과 고용 부진이 여전히 민생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고물가와 고용 부진을 현재 우리 경제의 핵심 위험 요인으로 동시에 꼽았습니다. 수출은 늘지만 그 혜택이 내수와 민생으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하고,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까지 겹치며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7월에 잠시 주춤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에는 다시 3%대로 오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청년 일자리와 주력 산업의 동반 부진
고용 시장의 상황은 더욱 어렵습니다. 특히 청년층의 고용 악화가 심각한데요. 지난 7월 청년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9만 1,000명 줄어 45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습니다. 청년 고용률은 44.2%로 1.6%포인트 하락했고, 실업률은 6.8%로 1.3%포인트 상승했는데요. 이는 청년 세대의 경제적 불안감을 키우고 내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입니다.
제조업과 건설업이라는 일자리의 양대 축 역시 흔들리고 있습니다. 제조업 취업자는 6만 8,000명 줄어 25개월째, 건설업은 5만 7,000명 줄어 27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경향과 자동화 추진이 맞물리면서 구조적인 고용 감소가 지속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은 경기 회복의 기류가 노동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됩니다.
정책 방향과 남은 과제
물가와 고용의 이중고가 소득 감소를 불러와 소비를 위축시키고, 결국 경제 개선 흐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KDI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민생 회복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요. 당연히 정부도 이 문제를 방관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농축수산물 수급 안정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청년과 부진 업종을 중심으로 한 맞춤형 고용 대책을 조속히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수출 중심의 회복세와 민생의 괴리를 해소하려면 단기 처방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중동 정세와 기상 이변 같은 대외 변수가 물가를 자극하고,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 고용 부진은 쉽게 뒤집히지 않기 때문이죠. 앞으로 정부의 정책 실행력과 시장의 회복 동력이 어떻게 맞물릴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