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 경찰에 장갑차까지
프랑스 정부가 이번 주말 전국 시위에 대비해 경찰 7만 명을 투입합니다. 로랑 뉘녜즈 내무장관은 23일 장갑차 20대와 물대포 차량 15대, 헬기와 드론, 대테러 특수정예팀까지 동원한다고 밝혔는데요. 지난 17일 시위 때보다 치안 인력을 20% 늘린 규모입니다.
발단은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던 학생 시위였습니다. 여기에 생활비와 고물가에 대한 불만이 얹히면서 전국적 시위로 번졌고, 55만 명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파리와 마르세유, 리모주 등지에서 대형 약탈과 방화가 벌어졌다는 점입니다. 명품 매장을 포함해 3,000개가 넘는 상점이 피해를 입었고, 2,500명 이상이 체포됐습니다.
상인들은 스스로를 지킨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상인들의 움직임입니다. 파리 명품 거리인 몽테뉴와 포부르 생토노레 일대 상점들은 유리창에 나무판과 철제 방어벽을 덧댔고, 최루액 분사기와 권총형 분사기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최루액은 별도 허가 없이 살 수 있어 수요가 8~10배 뛰었는데요. 경찰을 믿기 어렵다는 판단이 그대로 드러난 셈입니다.
정부는 노동조합이 주최하지 않는 시위는 전면 금지한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리옹과 마르세유, 니스, 루앙 등 10여 개 도시에서 집회가 제한됐고, 파리에서는 바스티유 광장에서 나시옹 광장까지 약 2km 구간의 노조 행진만 허용됐습니다. 루브르와 오르세 미술관은 휴관했고, 아트 바젤 파리는 조기 폐막했습니다.
금지령을 둘러싼 줄다리기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장뤼크 멜랑숑 LFI 대표는 시위 금지가 권위주의와 민주주의를 가르는 선을 넘는 조치라며 비판했고, 국제앰네스티도 평화적 시위 권리가 위태로워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원이 일부 금지 명령에 제동을 걸자 수천 명이 다시 거리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학생 대표들을 직접 만나 요구를 들었지만, 학생들은 26일 총리 간담회까지 기다리겠다며 만족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나이지리아와 세네갈 순방도 연기했습니다. 같은 날 오를레앙에서는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이 전당대회를 열어 극좌·반인종주의 단체와의 충돌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여파는 한국 여행객에게도 미치고 있습니다. 여행업계는 루브르 대신 인근 안전 지역으로 일정을 바꾸는 등 대응에 나섰고, 주 프랑스 대사관은 시위 예정 지역 방문을 자제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치안과 시위권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일이 마크롱 정부의 남은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