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공항 부지에 뜬 거대한 구상
SK하이닉스의 핵심 경영진이 지난 24일 광주 군공항 부지를 찾았습니다. 염성진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관제탑에 올라 약 250만 평 규모의 부지와 주변 지형을 살폈는데요. 이들이 눈여겨본 건 단순히 넓은 땅이 아니었습니다.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필수적인 용수와 전력 수급망, 그리고 교통 인프라가 얼마나 확보되어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봤죠. 현장 점검 뒤에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같은 날, 광주상공회의소에서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범시민추진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는데요. 200여 명의 지역 사회 대표가 모여 인재 양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8대 실천과제를 다짐했습니다. 정부, 지자체, 그리고 앵커기업까지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겁니다. 이번 방문은 지난 6월 투자 발표 이후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넘어갔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풀이됩니다.
예타 면제로 열리는 패스트트랙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가 속도를 내는 데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먼저 광주 군공항 인근에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신속히 지정하기로 했는데요. 이재명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직접 방침이 세워졌습니다. 더 눈에 띄는 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조치입니다. 호남 산단에 전력을 공급할 약 9,400억 원 규모의 송전선로 사업과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사업 일부가 예타 면제 대상에 오르면서, 기존 대비 공사 기간을 약 18개월이나 단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행정 절차를 줄인 것이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시간이 곧 생산력임을 인정한 결과입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기업이 투자를 확정한 뒤에 행정을 시작하는 기존 방식을 깨고, 인프라를 미리 갖춰 놓는 선제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민형배 시장은 군공항 부지가 최대 9기의 팹을 수용할 확장성을 갖췄다고 밝혀, 향후 추가 투자에 대한 기대감도 키웠습니다.
용수 확보를 둘러싼 갈림길
그러나 모든 것이 순탄한 것만은 아닙니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가장 민감한 숙제인 용수 확보를 두고 시민단체와 환경단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동복댐을 15m 증고해 하루 25만 톤의 용수를 추가 확보하는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 27개 단체는 댐 증설에 최대 1조 원의 예산이 들고 지역 주민의 수몰 피해가 우려된다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이미 상용화된 하수처리수 재이용 기술을 우선 검토하고, 기후 위기 시대에 댐 의존 방식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사실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양의 물을 사용하는 만큼, 지속 가능한 수자원 관리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896조 원 규모의 산업적 기회와 지역 공동체의 상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사회적 대화가 이제 시작돼야 한다고 조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