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을 지킨다는 자
이란의 새로운 안보 수장이 미국을 향해 선을 그었습니다. 모흐센 레자이 최고국가안보회의 신임 사무총장은 중국 대사와의 면담에서 미국이 동결된 이란 자금을 해제하고 레바논과 가자지구 등 역내 전쟁을 끝내지 않는 한 호르무즈 해협은 절대 열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란이 해협 개방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요구들은 제재 해제와 전쟁 배상금 지급까지 포함돼 있어 사실상 미국의 전면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수준입니다.
레자이 사무총장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로에 관한 이란과 오만 간 별도 합의가 있더라도 봉쇄 기조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는데요. 이는 이란이 해협이라는 지정학적 카드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군부 원로의 복귀와 최고지도자의 메시지
레자이의 등판은 이란 내부 권력 지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1981년부터 16년간 이슬람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을 지낸 군부 원로인 그는 호르무즈 해협이 수십 개의 핵폭탄보다 중요하다고 공언할 만큼 강경한 인물입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이란의 안보와 외교 노선을 총괄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가 혁명수비대 출신 강경파의 손에 들어갔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맞물려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최근 불거진 위독설을 잠재우기 위해 연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7시간가량 면담을 가진 데 이어 알리 압돌라히 소장을 신임 총참모장으로 임명하는 등 군 지휘부 6명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는데요. 이는 여전히 국정을 장악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전략적 메시지로 읽힙니다.
경제 압박과 끝나지 않는 대치
미국의 반응은 군사적 확전 대신 경제적 고사 작전으로 요약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자금난을 노려 대규모 공습보다는 절제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미 재무부는 가상자산 거래소와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제재하며 자금줄을 죄고 있고, 미군 중부사령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들의 항로를 변경시키는 역봉쇄 조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양측이 서로의 양보만을 기다리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란은 강경파를 안보 수장에 앉히며 한 발 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고, 미국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승리 선언과 철수라는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이란이 내건 조건이 워낙 까다로워 단기간 내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난 2월 발발한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이 짙어지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세계 유류 공급의 관문을 둘러싼 대립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