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이끈 성장, 숫자는 화려하다
IMF가 올해 한국 성장률을 3.3%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반도체 수요가 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며 성장을 견인했다는 평가인데요. 1인당 GDP는 올해 4만3천 달러를 넘어 내년에는 5만 달러에 육박할 전망입니다. 5년 뒤에는 6만 달러에 근접하며 일본과 타이완을 앞지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수출 지표도 뚜렷합니다. 2026년 10월 1~10일 수출액은 261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2% 늘었고, 이 가운데 반도체가 122억 달러로 전체의 46.7%를 차지했습니다. 한 나라 수출의 절반 가까이가 반도체에 집중된 셈입니다. 9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63% 증가한 603억 달러를 넘어섰고, 컴퓨터 수출은 435% 급증했습니다.
세계 성장의 95%, 32개국에 몰리다
IMF는 2026년 세계경제전망에서 세계 성장의 95%를 차지하는 국가가 54개에서 32개로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성장의 과실이 소수 국가로 집중되는 구조가 뚜렷해진 겁니다. AI 호황에 적극 뛰어든 한국과 대만, 인도 등은 K자형 상단에 올라섰고, 에너지 수입국은 비용 상승과 환율 압박으로 아래쪽에 머물렀습니다.
AI 투자 편중도 심합니다. 2025년 AI 관련 컴퓨팅 하드웨어 순수입의 75% 이상을 미국과 중국이 가져갔고, 2024년 이후 새로 지은 데이터센터의 57%가 두 나라에 몰렸습니다. 한국과 타이완 경제권은 전 세계 AI 관련 하드웨어 순무역의 62%를 차지합니다.
화려한 숫자 뒤의 착시
문제는 체감입니다. 실질임금과 소비가 줄고 청년과 제조업 고용이 악화되면서 경제 체감도는 29개국 중 27위에 그쳤습니다. KDI는 반도체를 제외한 장기 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씩 떨어져 2030년경 마이너스 성장에 접어들 위험이 있다고 봤습니다.
반도체 호황이 가려온 구조적 약점을 걷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이화여대 이화 교수는 AI와 반도체가 흔들릴 때를 대비해 자동차와 석유화학 등 대안 산업에서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AMRO도 AI 투자 둔화가 아시아 경제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성장의 온기를 어디까지 확산시킬지가 관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