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호황이 낳은 '초과이익' 논쟁
최근 AI 및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가 상반기에만 146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이 막대한 이익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가 나서 첫 공식 토론회를 열었는데요. 고용노동부는 14일 '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를 열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AI 시대의 기업 투자와 노동의 미래'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두 토론회 모두 초과이익 배분 문제를 다뤘지만 주최 부처의 색채가 뚜렷했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AI 성과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만든 결과라며 공정한 재분배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기업 이익을 미래 투자로 전환하는 것이 글로벌 주도권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라며 재투자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했습니다.
재분배냐 재투자냐, 팽팽한 대립
노동계는 대기업의 초과이익이 하청 및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헌신이 결합된 결과라며 적극적인 사회 환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원청 이윤 일부를 하청 근로자 처우 개선과 임금 격차 완화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국노총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4%에서 35%까지 신설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초과이익에 특별목적세를 부과해 R&D와 청년 채용, 하청 노동자 복지에 집중 투입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경영계는 이러한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영업이익 배분은 주주총회와 이사회의 권한이며, 노사 협상을 통한 성과급 확정은 자본시장 원칙을 훼손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준 산업연구원 센터장은 현재의 고이율이 불황기에 버틸 수 있는 '보험료' 역할을 한다며, 과거 독일 키몬다와 일본 엘피다가 호황기에 현금 버퍼를 쌓지 못해 몰락한 사례를 교훈으로 꼽았습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반도체 산업의 극단적인 변동성과 막대한 투자 위험을 고려할 때, 기업 이익은 재투자 재원으로 활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연안정성과 특별세, 그 해법은
전문가들은 단순한 이분법적 대립을 넘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습니다. 김동욱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노동법제가 산업화 시대에 머물러 AI와 반도체 패권 전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경직된 법제를 개선해 유연한 인력 운용을 지원하면서도 재교육과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유연안정성 모델'로의 전환을 주장했습니다.
안동현 교수는 기업의 이익 배분과 정부의 세수 분배를 명확히 구분하는 '차이니즈 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시했습니다. 소득 재분배가 목적이라면 법인세 상한율을 조정하는 것이 정당하며, 기업의 혁신 역량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윤동열 건국대 교수는 단순 임금 분배보다 원·하청 공동 R&D에 투자하는 '사회연대투자'를 대안으로 제기했습니다.
현재로서는 재분배와 재투자 사이에서 명확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정부는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각각 다른 색채의 토론회를 열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결국 이 논의가 구체적인 정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노사정의 지속적인 대화와 제도적 실마리가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