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속 생존자가 전한 희망의 메시지
네팔 히말라야에서 발생한 대홍수로 한국인 9명이 실종된 가운데, 구조 현장에서 극적인 소식이 연이어 전해졌습니다. 지난 5일, 한국 해외긴급구호대와 네팔군은 한국 기업이 건설 중이던 어퍼트리슐리 댐 터널에서 중국인 루하이타오 씨를 홍수 발생 열흘 만에 구조했는데요. 터널 내부가 진흙과 물로 가득 찬 험난한 상황 속에서도 생존자를 끌어낸 이 구조 작전은 현지에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라자람 바스넷 네팔군 대변인은 산소 농도가 낮은 터널 환경 속에서 한국 구호대와의 협업이 결실을 맺고 있다며 직접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루하이타오 씨는 구조 직후 인근에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고 진술해 추가 생존자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는데요. 이 진술을 단서로 구호대는 터널과 파워하우스 주변에 드론과 인력을 집중 투입하며 수색망을 좁히고 있습니다.
다만 터널 안에서는 추가 생존자 대신 시신들이 발견되는 등 현장 상황은 여전히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구호대는 시신 3구의 위치를 확인하고 1구를 수습했으며, 신원 확인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험한 산악이 가로막는 육상 수색
구조의 열기와는 별개로, 실종자 수색은 험준한 지형과 열악한 기상 탓에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네팔 당국은 V자 협곡 지형과 우기철 지반 약화를 이유로 한국 구호대의 도보 수색을 사실상 불허했는데요. 이규호 해외긴급구호대장은 발견 가능성을 믿고 네팔 측에 수색 허가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추가 인명 피해를 우려한 네팔 측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입니다.
이런 가운데 조현 외교부 장관이 네팔 카트만두를 직접 찾아 시시르 커날 네팔 외교장관과 회담을 가졌습니다. 조 장관은 실종된 우리 국민 9명에 대한 철저한 수색과 각별한 지원을 공식 요청하며 외교적 동력을 쏟고 있는데요. 정부는 KDRT 파견 외에도 1억 3천만 원 상당의 현물 지원과 국제적십자사를 통한 100만 달러 규모 인도적 지원을 약속하며 네팔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기업 차원의 수색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는 현지 셰르파를 포함한 46명의 육상 수색팀을 투입했으며, 수색견과 열화상 드론까지 동원해 산악지대를 샅샅이 뒤지고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헬기와 드론으로 강 하류까지 공중 수색 범위를 넓히며 실종자 발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난의 규모
이번 대홍수는 네팔과 중국 국경 일대를 동시에 강타하며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낳고 있습니다. 양국 합쳐 사망자가 1,372명, 실종자가 5,527명에 달하며 주택 7,500여 채와 교량 100여 개가 파괴되는 등 피해 규모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네팔 당국은 12개 수력발전소에서 실종된 약 900명 중 상당수가 터널에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유엔 역시 이번 재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5천만 달러 규모의 긴급 지원 자금 모금에 나섰는데요. 네팔은 9월 7일을 국가 애도일로 지정하고 수도 카트만두에서 희생자 추모 행사를 열었습니다. 한국 정부도 인명 구조와 함께 네팔의 조속한 일상 회복을 위해 기후변화 대응 협력을 강화하기로 양국이 뜻을 모았으며, 앞으로의 수색과 지원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아직 실종된 한국인 9명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은 채 시간은 흐르고 있습니다. 터널 속 생존자의 목소리가 희망을 준 만큼, 구조대와 기업, 정부의 총력 대응이 기적 같은 소식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