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잠긴 6만 8천 호의 물량
임광현 국세청장이 최근 SNS를 통해 등록임대 아파트 제도의 세제 혜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서울 지역에서 임대 의무기간이 끝난 뒤에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제외 혜택이 유지되면서 상당한 물량이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이미 말소된 물량과 앞으로 말소될 물량을 합치면 총 6만 8천 호에 달하는 아파트가 잠재적 공급 물량으로 묶여 있는 셈입니다.
국가데이터처 통계를 보면 서울에서 임대 등록이 말소된 개인 등록임대 아파트 2만 7천 호 가운데 실제로 매각된 것은 2천 호 남짓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2만 5천 호는 여전히 소유주가 그대로 보유하고 있어 시장 유통이 막혀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2028년까지 자동 말소 예정인 4만 3천 호까지 더해지면 단기간에 풀 수 있는 주택 물량이 꽤 많다는 게 임 청장의 분석입니다.
혜택이 만든 매물 잠김의 딜레마
등록임대 제도는 다주택자가 주택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임차인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는 대신 양도세 중과 배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 확대 등의 혜택을 받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가 투기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신규 아파트 등록은 이미 폐지된 상태입니다. 문제는 기존 등록자들이 여전히 파격적인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점인데요.
임 청장은 수서나 마포 지역 사례를 들며 의무임대 기간이 끝났음에도 세제 혜택 때문에 집을 팔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취득가 대비 시세가 크게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양도세 중과가 영구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받을 수 있으니, 집주인들이 자발적으로 매물을 내놓을 유인이 거의 없는 겁니다. 이러한 세제 특례가 오히려 시장의 매물 잠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 이유입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월 임대 기간 종료 후에도 과도한 세제 혜택이 유지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습니다. 임 청장의 이번 발언은 대통령의 문제의식과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며, 다음 달 발표될 세제 개편안에 관련 내용이 반영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공급 확대와 임대 시장의 균형점은
정부는 6만 8천 호의 물량이 시장에 공급되면 1·29 부동산 대책의 수도권 도심 공급 규모인 6만 호를 웃도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 등은 정부 약속을 믿고 등록한 사업자들의 재산권이나 신뢰 보호 원칙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는데요.
또한 등록임대 아파트의 전세가가 일반 아파트보다 낮은 상황에서 이 물량이 매매로 전환되면 저렴한 임대 물량이 줄어 전월세 시장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단순히 세제 혜택을 줄이는 것보다는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매도할 경우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등 자발적 매각을 유도하는 정교한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등록임대 아파트를 둘러싼 세제 개편 논의는 단순한 공급 확대를 넘어 시장의 공평성과 임대인의 신뢰 보호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든 정책의 방향이 갑작스럽게 바뀌어선 안 된다는 점에는 이해관계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