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시로 다시 불붙은 낙태약 논쟁
지난 7월 14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임신중절 의약품 '미프진'의 국내 도입 필요성을 직접 거론했습니다. 여성들이 해외 직구로 검증되지 않은 약물을 사서 복용하다 건강을 위협받는 현실을 지적하며, 적정한 투약 환경을 마련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한 겁니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임신중단 허용 범위와 처방 기준을 규명한 대체입법은 한 번도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입법 공백 속에서 여성들은 불법 경로로 약물을 구할 수밖에 없었고, 정부가 그 책임을 방기해 왔다는 비판은 계속되어 왔습니다.
맞서는 시각들, 의료계와 여성계
포항여성회 등 시민사회단체는 환영의 뜻을 곧바로 표명했습니다. 식약처와 보건복지부가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하루빨리 약물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는데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미프진이 세계보건기구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된 만큼 의학적 근거에 따라 신속히 허가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반면 의료계의 반응은 사뭇 달랐습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법적 기준 없는 처방은 의료진에게 사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처방 여부를 의사 재량에만 맡기면 사법적 분쟁에 노출될 수 있고, 이상반응 시 대응 체계부터 갖춰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은 태아 생명권 침해 우려를 제기하며 태아생명 기본법 발의를 예고했습니다.
모자보건법 개정과 안전망 구축이 핵심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업무보고에서 "허가 시 철저한 안전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 정부는 연내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검토하고, 의료계와 협력해 임상진료지침을 준비할 방침입니다.
현대약품은 2021년 영국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미프지미소의 국내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이며, 2024년 12월 세 번째 품목허가를 신청해 식약처 심사를 받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지시 이후 현대약품 주가는 사흘째 강세를 보이며 16일에는 전장 대비 20% 넘게 급등했습니다. 허가 여부뿐 아니라 실제 처방과 관리 체계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동반되지 않으면 이번 지시는 또 다른 법적 분쟁의 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