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들판을 짓누른 가뭄과 폭염
제주의 더덕 밭이 비상입니다. 싹조차 틔우지 못한 채 뿌리가 썩어가고 있는데요.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내 더덕 재배면적의 41%에 달하는 130ha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극심한 가뭄과 이어진 폭염이 농작물의 생장을 직접적으로 위협한 결과입니다.
이에 제주도는 행정안전부로부터 재난안전관리 특별교부세 14억 5,700만 원을 긴급 확보해 현장에 투입했습니다. 가뭄 대응에 8억 1,600만 원, 폭염 대응에 6억 4,100만 원을 배정했는데요. 특히 월동당근과 양배추 등 주요 작물의 파종 시기에 맞춰 농업용수를 확보하고, 더덕 재배지의 피해 복구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도내 토양 수분 관측지점 27곳 중 절반 이상이 이미 초기 가뭄 상태에 접어든 만큼,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습니다.
보험은 받을 수 없는 피해
문제는 정부의 긴급 지원만으로는 모든 어려움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가장 큰 고민은 재해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농민들의 현실인데요. 가뭄으로 피해를 본 농민들 상당수가 보험에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보상은 거의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체 가뭄 피해액의 약 80%가 현재 재해보험의 보상 범위에서 제외됩니다. 보상을 받더라도 피해액의 고작 5% 수준에 불과해 농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엔 역부족인 실정입니다. 농민들이 보험료를 납부하고도 피해 시 제대로 된 구제를 받지 못한다면, 재해보험이 존재하는 의미가 크게 퇴색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 역시 보상 범위가 지나치게 좁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할 정도입니다.
총동원된 현장과 남은 과제
제주도는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피해 최소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관정과 급수차를 동원한 용수 공급, 수리시설 개보수, 폭염 저감시설 확충 등 다각적인 대책을 펼치고 있는데요. 위성곤 지사도 빈틈없는 용수 관리와 도민 불편 해소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재해보험 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가뭄이나 폭염 같은 기상재해는 이제 더 이상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라 농업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변화에 맞춰 보상 기준을 현실화하고 보장 범위를 넓혀 농민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합니다. 파종 시기를 앞둔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