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오픈런에 숨 넘어가던 실수요자들
올해 상반기, 은행 창구와 인터넷은행 앞에서 새벽부터 줄을 선 이른바 '대출 오픈런'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금융위원회가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를 기존 1.5%에서 3%로 상향 조정하면서, 전 금융권에 약 30조 원의 추가 대출 여력이 생기게 되었는데요. 이번에 확보된 자금은 주로 신축 아파트 잔금·중도금 대출과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대출에 집중 투입될 예정입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분양과 입주가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연히 하반기 입주를 앞둔 실수요자들은 한숨 돌리는 분위기입니다. 그동안 은행들이 총량 규제를 맞추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모기지보험 가입을 중단하면서, 잔금 대출을 받지 못하는 '대출 절벽' 사태가 속출했기 때문인데요. 이제는 신축 단지 입주 예정자들의 자금 조달 숨통이 상당히 트일 것으로 보입니다.
이주비와 잔금 대출, 한도를 넓힌다
정부는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주비 대출 심사 기준도 크게 개선했습니다. 기존에는 종전자산평가액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산정했지만, 앞으로는 신축 후 조합원 분양가격인 종후자산평가액을 기준으로 적용합니다. 이를 통해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들의 이주비 대출 한도가 평균 30%가량 확대되는 셈입니다. 대출금이 여전히 모자랄 경우를 대비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추가 이주비대출 상품도 새로 마련되었습니다.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금융지원 역시 26조 원대에서 47조 원대로 대폭 확대되었는데요. PF 공적보증 확대와 함께 캠코(자산관리공사) 펀드 3조 원을 부실 주거사업장 정상화에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주거 사업장의 PF 자기자본비율 규제 시행 시점도 2029년으로 2년 유예하여, 당분간 공급 위축을 방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시중은행들의 개별 규제는 당분간 유지되는 모습입니다.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3억 원 제한 등은 그대로 유지되며,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세부 가이드라인 확정 전까지 신중한 운영을 예고했습니다.
투기는 막고, 전세 시장은 더 불안해지나
총량은 풀었지만 정부는 투기 수요 차단 원칙을 확고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권 및 규제지역에서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으나 본인이나 배우자가 한 번도 거주한 적 없는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신규 취급과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했습니다. 이는 임차보증금을 주택 매입자금으로 활용하는 갭투자를 겨냥한 조치입니다. 수도권 1주택자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도 기존 80%에서 70%로 낮아져, 은행의 심사가 한층 까다로워질 전망입니다.
반면 전문가들은 전세 물량 감소와 월세 전환 가속화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세제 개편으로 실거주 유인이 커지면서 임대차 시장의 불안정성이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인데요. 서정렬 영산대 교수와 유선종 건국대 교수는 실거주를 강제할 경우 저소득 임차 가구의 부담이 증가하고 무주택자의 주거 사다리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성과급 등으로 소득이 급증한 경우에도 대출 규모가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DSR 산정 기준을 강화한 점은 가계부채 관리 측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 소득 상승률이 20%를 넘으면 최근 2개년, 30%를 넘으면 3개년 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가 산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