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흔한 접근법
햄과 베이컨에 담배 포장지처럼 경고문을 붙여야 한다는 주장이 영국에서 제기되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과학자들과 보건 전문가들이 '아질산염 반대 연합'을 결성해 정부에 공식 서한을 보냈는데요, 가공육에 포함된 아질산염 보존제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2015년 가공육을 담배, 석면과 같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지 이미 10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도 영국 정부가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과학계에서 나오고 있죠. 이들은 하루 50g의 가공육 섭취가 대장암 위험을 18%까지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정부를 향한 과학자들의 목소리
아질산염 반대 연합은 영국 보건장관에게 보낸 공동 서한에서 매우 강력한 요구를 내놓았습니다. 첫째로 담배 포장지처럼 '암 위험' 경고문을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한다는 점, 둘째로는 몇 년 안에 아질산염 사용 자체를 단계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현재 영국에서 판매되는 베이컨과 햄 제품의 90~95%가 아질산염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툴루즈대 식품안전학 명예교수 드니 코르페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WHO의 가공육 발암물질 분류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위험성을 정확히 알리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는 겁니다.
왜 이렇게 위험한 걸까?
아질산염은 고기를 선홍색으로 유지하고 부패를 늦추는 첨가물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물질이 체내에서 강력한 발암 물질인 니트로사민으로 변환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크리스 엘리엇 교수는 "아질산염이 체내 대사 과정을 통해 니트로사민으로 바뀌면서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영국 과학자들은 지난 10년간 아질산염 규제 미비로 5만 4천 명의 영국인이 대장암에 걸렸으며, 이로 인해 약 5조 원의 치료비가 소요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음에도 정부가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죠.
국내 연구 결과도 우려스러워
한국에서도 가공육의 위험성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서울대학교 연구팀이 40~69세 여성 7만여 명을 1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소시지, 햄, 베이컨을 주 1회 이상 먹는 여성의 유방암 발병 위험이 57%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가공육 섭취를 줄이는 것이 암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프랑스 연구팀도 첨가된 아질산염이 제2형 당뇨병 발병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가공육이 단순히 대장암뿐 아니라 다른 건강 위험과도 연관될 수 있다는 증거가 계속 쌓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의 유보적 입장과 앞으로의 전망
영국 보건사회복지부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식품 기준청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아질산염과 암의 연관성이 아직 명확하게 결론 내려지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정부 측은 과학적 증거가 더 확실해질 때까지 규제를 강화하기 어렵다는 태도죠.
그러나 과학자들은 경고 표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몇 년 내 아질산염 사용 자체를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중소 식품업체가 아질산염 대체 공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현재 무첨가 가공육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5~10%에 불과합니다. 소비자 인식 변화와 정부 규제가 동시에 진행되지 않으면 시장 구조 변화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이번 논의가 영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가공육 규제 논의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