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진 자금의 흐름
국내 금융당국이 캄보디아 범죄 조직의 자금 세탁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기, 도박, 마약 등 특정 범죄 수익금 흐름이 의심되는 계좌에 대한 선제적 정지 제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캄보디아 프린스그룹의 912억 원 자금이 국내 금융사 현지법인 계좌에 남아있던 사실이 드러난 직후 추진되는 조치입니다.
국내 은행들과 캄보디아 범죄 조직 간의 거래 규모는 2,000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특히 전북은행은 프린스그룹과 1,252억 원 규모의 거래를 진행했으며, 이자만 14억 5천만 원이 지급된 것으로 확인되었죠.
가상자산, 새로운 세탁 경로로 부상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가상자산을 통한 자금 세탁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과 캄보디아 간 가상자산 송금 규모가 1년 새 1,400배나 폭증했습니다. 2023년 922만 원에서 지난해 128억 원으로 뛰어오른 겁니다. 빗썸 거래소는 캄보디아 후이원 개런티와 124억 원 규모의 거래를 했으며, 올해 1월부터 5월 20일까지도 31억 원 이상의 코인 유출입이 발생했습니다.
후이원 그룹은 이미 미국과 영국에서 자금세탁 조직으로 지정되어 제재를 받은 상태입니다. 이 그룹은 북한 해킹조직 라자루스와 연계되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빗썸은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후이원그룹과 145억 원 규모의 거래를 진행한 정황이 포착되었죠.
감독 사각지대 드러나
금융당국의 대응 체계에서 취약점도 드러났습니다. 금융감독원은 2015년부터 올해 9월까지 11년여 기간 동안 국내 은행 캄보디아 법인에 대한 점검을 단 2차례만 실시했습니다. 국내 은행 해외법인에 대한 직접적인 감독 체계가 사실상 부재했던 겁니다. 민간 거래소인 빗썸이 정부보다 먼저 후이원 관련 거래를 차단한 사실은 이 같은 감독 공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입법 개선을 통해 해외법인 감독 체계를 즉시 시행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현재 국내 은행 현지법인에 대한 감독 권한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아 신속한 대응이 어려웠음을 시인했습니다.
제도 개선 본격화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본격적인 제도 개선에 착수했습니다. 자금세탁방지법에 따라 금융거래 제한 대상자 지정을 외교부와 협의하여 신속히 추진할 방침입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이상거래탐지(FDS) 시스템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방안도 추진 중입니다. 가상자산 2단계 입법에 AML 규제 체계를 반영하고, 그 이전이라도 보완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번 사태는 국경을 초월한 범죄 자금 흐름에 대한 국제적 공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이 먼저 제재를 가했음에도 국내에서는 뒤늦게 대응하게 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셈이죠.
향후 금융당국은 선제적 계좌 정지 제도와 해외법인 감독 체계 강화를 통해 범죄 수익금의 국내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데 주력할 전망입니다. 그러나 범죄 조직의 자금 세탁 수법이 점점 정교해지고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대응 시스템 고도화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