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부담에 쏟아진 매물, 강남권 집중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 방향이 공개된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에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집계 결과,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일주일 새 2% 이상 늘어나며 6만 건을 웃돌았는데요. 특히 강남 3구와 마용성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집중되었습니다. 서초구와 성북구는 5%대, 강남구도 3.7%씩 증가하며 서울 평균을 크게 상회했습니다.
세제개편으로 종합부동산세 과세 체계가 주택가격과 거주 여부 중심으로 바뀌면서 고가주택 보유자들의 세 부담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실거주 1주택자의 공제 기준이 올라갔지만, 비거주자는 상대적으로 불리해졌고,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도 예고된 상황입니다. 이에 일부 초고가 단지에서는 호가를 수십억 원 낮춘 급매물까지 등장했습니다. 압구정 신현대11차나 래미안 원베일리 등에서도 직전 최고가보다 크게 낮춘 매물이 나왔는데요. 집주인들이 보유세 공포를 느끼고 시장에 내놓는 움직임이 분명해진 셈입니다.
살 사람은 없고, 팔 사람만 늘어난 시장
문제는 매물은 늘었지만 살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강력한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매수자들의 자금 여력이 제한적입니다. 세금 부담이 커졌다고 해도, 대출 한도가 빡빡하다 보니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미미한 상태인데요. 매수자들은 추가 하락을 기대하며 선뜻 지갑을 열지 않고 있어,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의 줄다리기가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급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정책 시행 전까지 이런 눈치보기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다만 작년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매물은 18%나 부족한 상황이라, 시장 전체가 쉽게 가라앉을 조건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금 부족으로 구매하지 못하는 시장 상황이며, 실제 매수로 이어지려면 자기자금과 대출 및 상환 여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월세는 사라지고, 중저가 매수는 늘어나
세제개편의 후폭풍은 전월세 시장에서도 거센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줄어들자, 집주인들이 절세를 위해 실거주로 전환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졌습니다. 이로 인해 기존 임차인에게 재계약을 거절하거나 전월세 물건을 거둬들이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요. 서초구 반포동 등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급등하며 임차 시장의 불안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성북구와 노원구는 올해 전셋값이 10% 안팎이나 오를 정도입니다.
반면 서울 외곽의 중저가 주택 시장은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노원구, 강서구, 구로구 등 10억 원 미만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크게 늘었는데요. 전월세난에 지친 무주택자와 신혼부부들이 임대 대신 매매로 선회하고 있는 겁니다. 이 흐름은 경기 광명, 안양 등 인접 지역으로까지 확산하며, 서울 아파트 거래 중 매매 비중이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공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비아파트 및 도심복합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 가구 공급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그린벨트 해제 등 단기적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