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극단을 보여주는 두 전략
AI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월가의 두 거물 투자자가 상반된 행보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워렌 버핏은 구글 모회사 알파벳에 5조 8900억 원 이상을 투자하며 AI 기술주 중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에 주목한 반면, '빅 숏'으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는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주가 하락에 1조 6200억 원 이상을 베팅했습니다. 이들의 대립은 단순한 투자 차원을 넘어 시장이 AI 산업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버핏의 선택은 전형적인 가치 투자 철학을 반영합니다. 알파벳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미국 대형 기술주 중 두 번째로 낮다는 점에 주목했는데요, 회계 처리 방식보다 기업의 펀더멘털에 집중하며 꾸준한 이익과 배당을 내는 튼튼한 기업을 선호하는 그의 성향이 잘 드러난 결정입니다. 반면 버리는 공격적인 공매도 전략으로 유명한데, 팔란티어의 높은 주가매출비율(P/S)과 엔비디아의 회계 처리 방식을 문제 삼으며 AI 거품 붕괴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거울삼는 버리의 경고
마이클 버리는 최근 헤지펀드 등록을 취소하고 '카산드라 언체인드'라는 유료 뉴스레터를 통해 본격적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연간 379달러의 구독료를 받는 이 뉴스레터에서 그는 1990년대 닷컴 버블과 현재 AI 열풍의 유사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이 주택 시장 거품을 부인했던 발언과 현재 파월 의장의 AI 기업 수익성 언급을 비교하며 역사가 반복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버리의 주장에 따르면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기업들은 GPU 비용을 실제 사용 기간보다 길게 나눠 처리해 장부상 이익을 부풀리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코어위브 등 네오클라우드 기업과의 관계에서 순환거래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데, 이는 과거 엔론 사태를 연상시키는 구조라는 지적입니다. 버리는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아마존을 공매도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엔비디아가 당시 시스코와 유사한 위치에 있다고 분석합니다.
엔비디아의 적극적 해명과 시장 반응
엔비디아는 이러한 비판과 의혹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최근 7페이지 분량의 팩트시트를 통해 재무 건전성과 회계 투명성을 강조했는데요, 젠슨 황 CEO는 신제품 출시를 대비한 선제적 원자재 확보와 회수 기간이 장기 평균과 유사한 매출채권 상황을 설명하며 의혹을 일축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 투자 비중이 낮고 매출 부풀리기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업 모델의 건전성을 피력했습니다.
시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뉴욕 증시에서는 알파벳이 6.6% 상승하며 AI 관련주 전반의 매수세를 이끌었고, 엔비디아와 팔란티어도 동반 강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버리를 지지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카산드라'라는 이름으로 그의 예언을 밈처럼 소비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양극화된 반응은 AI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투자자들의 심리가 얼마나 민감하게 움직이는지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향후 전망과 시장의 과제
AI 산업의 미래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주가 예측을 넘어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의 속도와 경제적 실질 가치 창출 사이의 괴리가 얼마나 큰지, 그리고 현재의 투자 열기가 건전한 성장을 반영하는지 아니면 과도한 기대에 의한 거품인지를 가려내야 하는 것이죠. 전문가들은 버리의 전략이 단기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버핏의 가치 투자 접근법이 더 검증된 방법이라고 평가합니다.
이번 주 발표될 소매판매, 생산자물가지수, 내구재 주문 등 핵심 지표들이 향후 증시 방향성을 결정할 중요한 단서가 될 전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투자 촉진 정책이 AI 인프라 확대와 리쇼어링을 자극할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지만, 정책과 경기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시장 예측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AI 버블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실질 가치와 수익성을 꼼꼼히 따져보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