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 명의 열기 뒤에 숨은 보안 허점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3월 출범시킨 대국민 창업 플랫폼 '모두의 창업'은 약 6만 3천 명의 참여로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습니다. AI 솔루션 기업과 참가자를 연결해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시장성을 검증하는 방식이었는데요. 하지만 최근 5천 명의 합격자 프로필 페이지에서 시스템 연결 오류가 발생하면서 이메일 주소와 아이디어 요약본, 심사평 등이 외부에 노출되었습니다. 주민등록번호나 연락처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창업자의 핵심 자산인 아이디어가 유출되었다는 점에서 참가자들의 불안은 커졌습니다.
이에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공식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고, 당초 7월로 예정되었던 2기 모집도 잠정 연기되었습니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창업시대'의 핵심 정책으로 꼭히던 터라 이번 사고는 단순한 정보 유출을 넘어 정부 주도 플랫폼의 신뢰성을 흔드는 사건으로 번졌습니다.
미보고된 경고와 허술했던 업체 선정
유출의 직접적인 원인은 AI 솔루션 업체의 비정상적인 API 호출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 9개의 IP에서 비정상적으로 접근한 정황이 확인되었으며, 일부 합격자들은 특정 AI 업체로부터 홍보 메일을 받으면서 해당 업체들의 개입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당연히 업체 선정 과정이 도마 위에 올랐는데, 중기부는 전문가 10명의 엄정한 심사를 거쳤다고 설명하면서도 정보 유출 위험성에 대한 별도 평가는 없었음을 인정했습니다. 더욱이 한 달 전 유사한 보안 취약점 제보가 있었음에도 위탁업체가 중기부와 창업진흥원에 보고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노용석 제1차관은 해당 미보고 건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으며, 국가사이버안보센터와 함께 세부 조사를 진행하고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미보고된 경고가 결국 큰 사고로 이어진 셈입니다.
사후 구제와 제도 개편, 그리고 남은 과제
중기부는 피해자 구제를 위해 합격자 5천 명 전원에게 '영업비밀 원본증명' 등록을 무상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전자 문서의 고유 식별값을 등록해 법적 분쟁 시 보유 시점과 보유자를 입증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또한 사업자 등록을 마친 이들에게는 향후 1년간 기술임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여 핵심 기술 자료의 보관과 개발 사실을 입증하도록 돕기로 했습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모두의 창업 TF'를 창업국에서 부처 단위로 격상하고 인원을 28명으로 확대했습니다. 특히 사이버안보팀을 신설해 산하기관 전반의 보안 실태를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이런 사후 조치가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정보 보호 체계와 위탁 관리 감독 체계를 다시 세우지 않으면 국가 창업시대라는 구호는 빈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는 플랫폼 보완을 통해 국민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안전하게 창업으로 이어지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