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유엔 산하기구 31곳과 비(非)유엔기구 35곳 등 총 66개 국제기구에서 미국이 탈퇴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국제기구와의 결별을 선언한 것입니다.
백악관은 이들 기구들이 미국의 주권과 경제적 역량을 침해하고, 급진적인 기후 정책 및 이념적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납세자들의 자금을 낭비해왔다고 비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기구에 돈을 쏟아붓지 않을 것"이라며, 탈퇴를 통해 절약된 예산을 미국 내 우선 과제에 재투자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주요 탈퇴 대상과 배경
탈퇴 대상 기구 명단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언론 보도와 백악관 관계자 발언을 종합하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유엔민주주의기금, 유엔여성기구(UN Women), 유엔인구기금(UNFPA), 유엔 경제사회국(DESA), 국제무역센터(ITC),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유엔기구로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국제에너지포럼(IEF),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2월 모든 국제기구와 협약에 대한 전면적 검토를 지시한 결과입니다. 백악관은 검토 과정에서 해당 기구들이 업무 중복, 관리 부실, 낭비적 운영을 보이며 미국의 정책 방향과 상충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나 'PC(정치적 올바름)'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기구들이 주요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임기 때부터 파리기후협약, 세계보건기구(WHO), 유네스코, 유엔 인권이사회,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등에서 잇따라 탈퇴하거나 자금 지원을 중단해왔습니다. 이번 결정은 그러한 기조를 더욱 확대한 것으로, 미국이 다자주의 국제 질서에서 한 걸음 더 물러났음을 보여줍니다.
국제사회 반응과 향후 전망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국제사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다니엘 포티 연구원은 "미국의 다자주의 접근 방식이 '내 방식이 아니면 안 된다'는 태도로 굳어지고 있다"며, "기후위기 대응을 비롯한 글로벌 협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미국의 탈퇴가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국제기구에 대한 소극적 태도를 정당화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한편, 트럼프 지지층에서는 납세자 돈의 낭비를 막고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결정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방비를 50% 증액해 2천조 원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백악관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해사기구(IMO),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 표준과 관련된 주요 기구에는 계속 참여하며 영향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미국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에서는 국제적 입지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이번 탈퇴 조치로 인해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이 더욱 약화되고, 글로벌 과제 해결을 위한 협력 체제가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추가적으로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기구에 대한 탈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향후 미국의 다자주의 기구 참여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국제사회의 재편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