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 1호 사건, 경찰 불송치 결정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한 조희대 대법원장과 박영재 대법관에 대한 법왜곡죄 고발이 결국 불송치 처리되었습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두 대법관의 혐의에 대해 각하 처분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는데요. 이른바 법왜곡죄 1호 수사로 주목받았던 이 사건은 법 시행 시점과 형벌불소급원칙을 둘러싼 법리적 쟁점이 핵심이었습니다.
사실 이 고발은 지난해 5월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에 대한 강한 비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병철 변호사는 당시 대법관들이 9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7만 쪽에 달하는 재판 기록을 서면 검토했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고 형사소송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법리적 검토보다 먼저 법 적용 시점에서 걸림돌을 발견했습니다.
시행 전 판결, 소급 적용은 불가
경찰이 내린 불송치 결정의 가장 큰 근거는 형벌불소급원칙이었습니다. 법왜곡죄는 시행 이후에 적용할 수 있고, 시행 전에 내려진 판결에는 원칙적으로 소급할 수 없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난 겁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박영재 대법관의 파기환송 판결은 지난해 5월에 이루어졌는데, 법왜곡죄는 그 이후에 시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예비적 죄명으로 적용되었던 직무유기죄에 대해서도 경찰은 직무유기 혐의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직무집행의 의사를 가지고 자신의 직무를 수행했다면, 집행 내용이 위법하다는 평가만으로는 직무유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인데요. 이는 판결의 위법성 여부와 직무유기죄 성립 여부를 구분해서 본 것입니다.
송치 0건, 법왜곡죄의 현실
이번 불송치 결정은 법왜곡죄 도입 이후 접수된 수사 사건들의 현주소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에 따르면 서울청에 접수된 175건의 법왜곡죄 사건 중 75건이 종결되었지만, 송치된 사례는 한 건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는 법왜곡죄가 도입된 취지와는 별개로 실제 수사 현장에서는 적용 기준과 법리적 한계가 뚜렷하다는 방증입니다.
고발인인 이병철 변호사는 새로운 증거를 보강해 공수처에 별도로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법원의 판단에 대한 비판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데요. 다만 경찰이 내린 이번 처분은 법 시행 시점이라는 형식적 요건에서 이미 판결이 내려진 만큼, 이후 수사기관에서도 유사한 법리적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