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미터 높이에서 펼쳐진 생명의 모포
7월 8일 밤 11시 22분경, 대전 동구 가양동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시뻘건 화염과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건물을 뒤덮었고, 3층 화장실에는 베트남 국적의 20대 어머니와 돌도 채 안 된 딸이 고립되어 있었는데요. 당시 현장은 매우 긴박했습니다. 사다리차가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였고, 에어매트를 완전히 설치하는 데에도 최소 10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연기가 빠르게 차오르는 상황에서 아기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위험한 상태였습니다. 이에 소방대원들은 작은 모포를 펼쳐 들고 아래에서 구조를 시도했고, 어머니는 아기를 창문 밖으로 던졌습니다. 모포 하나로 10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는 아기를 안전하게 받아낸 순간은 마치 영화 같은 장면이었습니다. 다행히 아기는 다치지 않았고, 이후 설치된 에어매트를 통해 어머니도 무사히 뛰어내려 구조되었습니다.
사다리차도 닿지 않은 그날 밤
사실 이번 구조가 가능했던 건 소방대원들의 현장 판단력과 모녀의 침착한 대응이 함께했기 때문입니다. 김진원 대전동부소방서 현장대응단장은 모녀가 인내심 있게 상황을 견뎌주고, 적절한 타이밍에 아기를 내려준 덕분에 성공적인 구조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어머니의 절박한 모성애와 소방대원들의 냉정한 전문성이 만든 결과였습니다. 구조된 모녀는 현장에서 아버지에게 인계되었고,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당연히 이 구조 영상이 온라인에 알려지자 많은 이들의 감동과 찬사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아기를 던지는 어머니의 마음과 아이를 받아내는 소방관의 순간적 판단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화재 현장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같은 건물에 거주하던 방글라데시 국적 여성 등 총 4명이 연기를 흡입했고, 주민 15명이 긴급 대피하는 등 인명 피해는 이어졌습니다.
폭우 속 잇따른 화재와 남은 과제
이번 화재는 집중호우가 내리던 날 밤에 발생한 사고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같은 날 대전 서구에서도 상가주택 분전함 화재가 잇따라 발생했는데요. 소방당국은 폭우로 인한 전기설비 침수와 누전이 화재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는 외국인 가정의 경우 언어 장벽과 낯선 환경 속에서 재난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됩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재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는 소방관의 기지와 어머니의 용기로 극적인 해피엔딩을 맞았지만, 비슷한 화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주거 환경의 전기 설비 점검과 취약 계층에 대한 재난 안내 강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