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선고 뒤집은 증거능력 논란
노웅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 6천만 원 수수 혐의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핵심 증거인 사업가 박우식 씨 배우자의 휴대전화 녹음파일과 박 씨의 진술이 위법하게 수집된 것이라며 증거능력을 부정했는데요. 영장 범위를 벗어난 압수수색과 탐색이 중대한 절차 위반이라는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검찰은 물류센터 인허가 알선과 태양광 발전 사업 편의 제공 명목으로 금품을 받았다고 혐의를 적용했지만, 법원은 이를 뒷받침할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증거의 실체가 아니라 수집 절차의 정당성이었습니다.
윅스 원칙과 법리 해석의 경계
이번 판결의 법적 근거는 위법수집증거 배제 법칙, 이른바 윅스 원칙입니다. 1914년 미국 대법원에서 확립된 이 원칙은 2007년 한국 형사소송법에 도입되었으며, 같은 해 대법원이 제주도지사실 압수수색 사건에서 처음 적용한 뒤 권성동 전 의원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무죄 판결에도 쓰였습니다. 이번에도 별도 영장 없이 이뤄진 휴대전화 탐색이 중대한 절차 위반으로 지적되면서 관련 녹음파일과 이에서 파생된 진술까지 모두 증거로 쓸 수 없게 되었죠.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 원칙을 두고 팽팽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주당 측은 정치검찰의 조작 수사라며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의원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박지원 의원과 노영희 변호사 등은 적법 절차를 무시한 수사 권력 남용이 드러났다며 한 의원의 공식 사과를 촉구했는데요. 반면 국민의힘과 한동훈 의원은 돈봉투 수수라는 실체적 유죄는 변하지 않는다며, 절차적 이유로 무죄가 나왔을 뿐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법조인 출신 정치인들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법리를 달리 해석하는 모습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체적 진실과 절차적 정당성 사이
논쟁은 여기서 더 갈라졌습니다. 한동훈 의원은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관련 녹음파일을 국회에서 공개해 함께 듣자고 제안했는데요. 이에 대해 조국 전 대표는 법원이 증거 능력을 부정한 불법 취득 녹취록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위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 전 대표는 한 의원 본인의 과거 휴대전화 비밀번호 논란을 되물으며, 이중적인 태도라고 비판했죠. 홍준표 전 대구시장 역시 무죄 추정의 원칙을 언급하며 증거능력 없는 파일 공개 주장은 인민재판 수준의 무지한 발언이라고 질타했습니다.
사실 이번 판결은 과거 윤석열 검찰 시절의 여러 수사가 엉터리였음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김현미 전 장관, 서훈 전 실장, 송영길 전 대표, 허종식 의원 등 다수의 야권 인사들이 관련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와 대조적으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부실 수사 논란을 낳았습니다. 정권 교체 이후 권창영 특검이 당시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검사들을 기소하는 등 사필귀정의 결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법원의 최종심 판결이 남아있지만, 이번 논란은 수사 권력의 절차적 정당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되묻는 계기로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