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초 사이에 덮친 두 번째 지진
2026년 6월 25일 저녁, 베네수엘라 카리브해 연안은 격렬한 지반 흔들림에 휩싸였습니다. 모론 인근에서 규모 7.2의 첫 번째 강진이 발생한 뒤 불과 39초 만에 규모 7.5의 더 큰 충격이 이어졌는데요. 이른바 더블릿 현상으로 불리는 이 연쇄 지진은 126년 만에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진원의 깊이가 각각 22km와 10km로 매우 얕아 지진 에너지가 그대로 지표면에 전달되었고, 충격파는 수도 카라카스 방향을 따라 빠르게 확산되면서 도심 건물들을 잇따라 무너뜨렸습니다.
현재까지 공식 확인된 사망자는 188명, 부상자는 1,520명에 이릅니다. 하지만 야당은 2만 4천여 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미국 지질조사국은 사망자가 최대 10만 명에 달할 가능성을 40%로 추산했습니다. 첫 번째 진동으로 벽이 갈라지고 기둥이 뒤틀린 건물들이 두 번째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폭삭 내려앉은 것이 피해를 키운 결정적 이유였습니다.
맨손으로 밤을 새운 구조 현장
붕괴된 건물 잔해 속에서는 구조 요청 비명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러나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과 자원봉사자들은 중장비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삽과 수레, 때로는 장갑 낀 맨손으로 잔해를 치워야 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미국 등 서방의 장기 제재로 인한 경제난 탓에 불도저나 굴착기조차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었는데요. 매몰자 가족들은 잔해 속에서 희망적인 소리를 들으면서도 꺼낼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비극을 겪었습니다.
상황은 구조 현장뿐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혼란을 키웠습니다. 전력과 통신, 교통 인프라가 마비되면서 도시 기능이 멈췄고, 식량과 식수가 급격히 부족해지자 일부 지역에서는 상점 약탈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장비 하나 없이 맨손으로 골든타임을 지키려 애쓴 구조대원들의 사투는 오히려 베네수엘라의 열악한 재난 대응 역량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과거 대지진을 닮은 참사와 국제사회의 지원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2023년 튀르키예와 2010년 아이티 대지진을 떠올리게 한다고 분석합니다. 세 재난 모두 얕은 진원에서 발생해 인구 밀집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남겼고, 취약한 내진 설계가 인명 피해를 극대화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앞으로 일주일간 규모 3에서 5 수준의 여진이 이어질 것으로 경고하며 추가 붕괴 위험을 알렸습니다. 실제로 주진 이후 138회의 여진이 기록되면서 잔해 속 매몰자들의 생존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도적 위기에 국제사회는 신속하게 구호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미국은 1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원조와 전문 구조팀을 급파했고, 멕시코와 독일, 스페인, 스위스 등 각국도 인력과 장비를 지원했습니다. 유엔은 카라카스에 중앙조정 허브를 설치했으며 IMF와 세계은행, 교황청까지 복구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잔해가 쌓인 현장에서 여전히 생사를 알 수 없는 이들이 있다는 점은 베네수엘라가 앞으로 상당한 시간 동안 이 재난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