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건져 올린 트로피
인천 대한항공이 프로배구 V리그의 최정상에 다시 섰습니다. 1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을 세트 스코어 3-1(25-18, 25-21, 19-25, 25-23)로 제압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는데요. 이번 승리로 대한항공은 정규리그 1위와 KOVO컵 우승에 이어 챔피언결정전까지 제패하며 구단 역사상 첫 트레블(3관왕)을 완성했습니다. 2년 전 정상을 내준 아쉬움을 딛고 2년 만에 정상 복귀를 이뤄낸 순간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시리즈는 순탄치 않았습니다. 대한항공은 1, 2차전을 연달아 승리하며 유리한 고지에 섰지만, 안방으로 돌아온 현대캐피탈에 3, 4차전을 내주며 결국 최종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쳐야 했죠. 2연승 후 2연패라는 난관에 부딪히며 팀은 벼랑 끝에 내몰렸습니다. 그러나 5차전에서 선수들은 초반부터 강한 서브와 조직력을 앞세워 1, 2세트를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습니다. 3세트를 내주며 긴장감이 고조되는 순간도 있었지만, 4세트 끝내기 단계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귀중한 승리를 쟁취했습니다.
주장의 각오와 베테랑의 지혜가 만났을 때
이번 우승의 가장 눈에 띄는 주인공은 단연 주장 정지석이었습니다. 챔피언결정전 MVP에 선정된 그는 취재 기자단 투표에서 34표 중 절반에 가까운 17표를 얻으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죠. 정지석은 “제가 이 팀에서 연봉을 많이 받은 만큼 책임감을 갖고 뛰었다”며 막중한 부담을 자각하고 임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진정성 있는 리더십은 팀이 흔들릴 때 더욱 빛났습니다. 시리즈 내내 외부적인 논란과 장외 신경전이 끊이지 않았지만, 정지석은 어린 선수들에게 외부 소음에 신경 쓰지 말고 다가오는 승부만 생각하라고 격려하며 팀의 사기를 다잡았습니다.
한편, 우승의 숨은 주역으로 꼽히는 선수도 있습니다. 41세의 베테랑 세터 한선수인데요. 그는 2차전 이후 불거진 판정 논란으로 팀 분위기가 흔들릴 때 침착함을 유지하며 선수들을 독려했습니다. 한선수는 인터뷰에서 당시 선수들과 함께 “웃음거리가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의 안정적인 토스 배급은 5차전에서 빛을 발했고, 마지막 4세트 24-23 매치포인트에서는 김민재의 속공을 성공시키는 결정적인 세팅을 보여주며 팀의 승리를 확정지었죠. 주장 완장은 후배에게 넘겼지만, 정신적 지주로서의 역할은 여전히 건재했습니다.
명장이 본 한국 배구의 '올바른 길'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의미 있는 대결이었습니다. 패배한 현대캐피탈의 필립 블랑 감독은 “대한항공은 우승할 자격이 있는 팀”이라며 상대의 승리를 격려했습니다. 반면, 우승을 이끈 대한항공의 헤난 달 조토 감독은 기쁨보다는 미션을 완수한 시원함을 드러냈는데요. 브라질 출신의 이 명장은 한국 배구의 수준에 대해 특별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헤난 감독은 이탈리아와 브라질 등 세계 정상 리그를 경험한 바탕으로, 한국 팀들의 기술적 완성도와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한국 선수들의 기본기와 세밀한 기술을 높이 샀습니다. 그는 “한국 배구가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말하며 리그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보였습니다. 이번 챔프전이 팽팽한 접전 끝에 승부가 갈린 만큼, 리그 전체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대한항공의 트레블 달성은 한 팀의 영광을 넘어, 한국 남자 배구 리그의 수준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