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보수화' 읽었던 출구조사, 데이터 누락이었다
지난 6월 3일 지방선거 이후 지상파 3사 공동 출구조사를 두고 2030 세대의 정치 성향 변화가 뜨거운 감자였는데요. 알고 보니 이런 분석의 상당 부분이 데이터 누락으로 인한 왜곡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방송사공동예측조사위원회(KEP)는 조사를 수행한 한국리서치의 시스템 설정 착오로 인해 서울, 대구, 울산, 충북 등 4개 지역의 성별 및 연령별 예측치에 사전투표 결과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눈에 띈 건 서울시장 후보들의 20대 여성 지지율이었습니다. 수정 전에는 정원오 후보가 48.5%, 오세훈 후보가 41.4%를 기록해 오히려 오세훈 후보가 뒤쫓는 양상으로 보였는데요. 누락된 사전투표 데이터를 반영하자 정원오 후보의 득표율은 56.7%로 크게 올라 격차가 25%p까지 벌어졌습니다. 즉, 2030 여성 유권자의 우경화라는 분석은 사실과 거리가 멀었던 셈입니다.
당선자 예측은 맞았지만, 세부 분석은 엉망이었다
KEP와 한국리서치는 이번 오류가 전체 당선자 예측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전국 16개 시도를 3개 업체가 분할 조사하는 방식에서 한국리서치는 총득표율 예측은 정상적으로 산출했는데, 문제는 성별과 연령별 세부 항목을 분석하는 단계에서 사전투표 전화조사를 결합하지 않는 옵션을 잘못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착오는 대구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사전투표 예측 데이터를 재반영하자 김부겸 후보의 20대 여성 지지율이 기존보다 10.7%p나 상승했고, 서울에서는 60대 연령층과 30대 여성 층에서 예측 순위가 뒤바뀌는 결과도 확인되었습니다. 당연히 선거 직후 방송과 온라인에서 확산된 세대별 정치 성향 분석은 상당한 혼란을 낳았고, 이에 근거한 정치권의 해석들도 수정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검증 시스템의 허술한 민낯
이번 사태에서 가장 불편한 대목은 오류가 방송에 그대로 노출됐다는 점입니다. KEP는 데이터를 수령하는 단계에서 설계대로 산출되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고 해명했는데요. 이는 결국 검증 시스템이 허술했음을 자인하는 셈입니다.
한국리서치는 과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으며, KEP 역시 관리 감독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다만 시청자들에게 이미 전달된 왜곡된 정보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KEP는 한국리서치를 상대로 계약 위반에 따른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으며, 검증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출구조사는 선거 이후 정치 담론을 형성하는 중요한 자료인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조사 기관과 방송사 모두 데이터 검증 체계를 한 단계 더 촘촘하게 만들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