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와 노들섬, 동시에 열린 두 도서전
2026년 6월, 서울에서는 두 개의 도서전이 동시에 열렸습니다.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서울국제도서전이 '인간 선언'이라는 주제로 성황리에 진행되었고, 용산 노들섬에서는 '서울제대로도서전'이라는 이름의 대안 축제가 펼쳐졌습니다. 코엑스의 화려한 부스와 노들섬의 소박한 돗자리는 같은 시기 같은 도시에서 완전히 다른 풍경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서울국제도서전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입장 대기준이 100m를 넘었고, 티켓 15만 장이 한정 판매될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이어졌습니다. 김연수, 김초엽 등 수많은 작가들이 독자와 눈을 맞추었고, 헬스장 컨셉의 이색 부스와 매혹적인 굿즈들이 2030 세대의 발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반대로 노들섬에서는 부스를 배정받지 못한 50개의 중소 및 독립 출판사들이 모였습니다. 화려한 조명 대신 양방향 소통을 내세웠고, 무료 입장과 유모차 반입 허용, 일회용품 없는 친환경 캠페인으로 누구나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상황은 역설적입니다. 대한민국 성인 독서율은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어, 10명 중 6명은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시대입니다. 그런데도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사람들이 몰렸고, 노들섬의 대안 축제에도 의미 있는 숨결들이 모였습니다. 이는 전체 독서 인구는 줄었지만, 남아 있는 독자들의 축제에 대한 갈망은 오히려 깊어졌다는 방증입니다.
물론 두 행사의 성격은 달랐습니다. 코엑스에서는 굿즈와 SNS 인증샷을 찍기 위해 방문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가 무거운 책 한 권을 안고 나오는 모습이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한편, 상업성에 대한 비판도 존재했죠. 반면 노들섬의 서울제대로도서전은 대형 출판사 중심의 상업적 분위기를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이었습니다. 출판사와 독자가 동일한 면적의 부스 앞에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방식은 보다 밀도 높은 교감을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모든 참가사가 동일한 크기의 부스를 사용한다는 규칙은 규모의 논리가 아닌 내용의 논리로서 공정한 경쟁을 보여주었습니다.
출판 생태계를 풍성하게 하는 두 물결
이러한 흐름은 노들섬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마포구의 '거북목도서전', 중구의 '서울자체도서전', 강남구의 '서울한평도서전' 등 서울 곳곳에서 독립 출판사들의 개별적인 행사가 잇따라 열리며 대안 도서전의 바람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화려한 대형 축제와 소박한 대안 모임이 공존하는 것은 오히려 서울의 출판 문화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 셈입니다.
사실 출판사들이 원하는 것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책을 독자에게 닿게 하고, 그 과정에서 진심 어린 소통을 이어가는 것이죠. 대형 도서전이 주는 즐거움도, 소규모 축제가 주는 친밀함도 각각의 가치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다양한 시도들이 서로를 견제하기보다는 공존하며 독서 문화의 지평을 넓혀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