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대신 허위사실이 날아든 선거판
6월 3일에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지만, 경찰의 수사는 이제 시작입니다. 예비후보자 등록일이었던 지난 2월 3일부터 선거일까지 전국에서 무려 4,191명의 선거사범이 적발되었는데요. 이는 2,549건에 달하는 선거범죄와 연결된 수치입니다.
범죄 유형을 살펴보면 허위사실과 가짜뉴스를 유포한 흑색선전이 1,365명으로 전체의 32.5%를 차지해 가장 많았습니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는 AI 딥페이크 기술을 선거운동에 활용한 사례가 51명 적발되어 우려를 키웠는데요. 영상과 이미지, 음성을 조작해 유포한 건수는 총 32건에 달했습니다. 이처럼 흑색선전이 선거범죄의 가장 큰 축을 이루면서, 선거판은 오히려 투표용지보다 허위 정보로 더 어수선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물론 오프라인에서의 폭력도 심각했습니다. 후보자나 선거사무원을 폭행하거나 물병을 던진 선거폭력 행위자는 210명이나 잡혔고, 이 중 혐의가 무거운 6명은 구속되었습니다. 전국 279개 경찰관서에 2,096명의 수사전담반을 편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위반 사례가 쏟아진 건, 이번 선거가 여러모로 과열되었다는 방증입니다.
지역마다 달랐던 범죄 양상
전국적으로 4,000명이 넘는 선거사범이 나왔지만, 지역별로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경기남부경찰청이 663명(15.8%)으로 가장 많은 인원을 단속했고, 전남 550명, 서울 490명, 경북 362명, 경남 292명 순으로 이어졌습니다. 인천에서는 114명, 전북에서는 246명, 제주에서는 54명이 각각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범죄 유형도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달랐는데요. 경기남부의 경우 금품수수가 286명(43%)으로 흑색선전보다 많았고, 인천과 전북에서는 흑색선전이 각각 49명, 117건으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습니다. 이처럼 선거범죄는 지역의 정치적 환경이나 인구 규모에 따라 다른 양상을 띠며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경찰은 현재까지 265명을 검찰에 송치했고 8명을 구속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3,394명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 앞으로 더 많은 인원이 사법 처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사 단서의 절반 이상은 고소와 고발을 통해 접수되었으며, 이는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감시가 작동했다는 의미로도 읽힙니다.
공소시효 앞둔 수사 경쟁
선거일은 지났지만 경찰의 고삐는 늦춰지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청은 6월 4일부터 10월 2일까지 4개월간을 '선거사건 집중수사기간'으로 정하고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명확한데요.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가 투표일로부터 6개월, 다시 말해 올해 12월 3일에 만료되기 때문입니다.
당선인이 확정된 이후에도 답례나 이권 제공 등 새로운 범죄가 발생할 수 있어, 경찰은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사건을 공소시효 전에 종결한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딥페이크와 같은 신종 범죄는 법리 검토에 시간이 걸릴 수 있어, 검찰과의 긴밀한 협력이 더욱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4,000여 건의 선거범죄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선 의미를 갖습니다. 정보 기술의 발달로 허위사실 유포가 더욱 교묘해지고 있고, 선거 현장의 감정 대립도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선거 관리의 새로운 과제가 제시된 셈입니다. 경찰이 제시한 12월 3일이라는 시한까지 수사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