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줄고, 여성은 늘고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5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의 음주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19세 이상 성인 10명 중 6명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술을 마셨고, 이 중 3명 이상은 한 번에 과도한 응주량을 기록하는 폭음을 했습니다. 특히 한국의 월간폭음률은 OECD 27개 회원국 중 5위로, 그리스와 아일랜드, 스웨덴, 영국에 이어 매우 높은 수준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성별에 따른 음주 추이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겁니다. 남성의 고위험음주율은 최근 10년간 전 연령대에서 꾸준히 감소했습니다. 20대 남성의 경우 2016년 17.8%에서 지난해 10.4%로 41.6%나 줄었고, 30대 역시 25.5%에서 16.3%로 낮아졌습니다. 반면 여성은 20대를 제외한 30대 이상 모든 연령대에서 월간폭음률과 고위험음주율이 동시에 늘었습니다. 30대 여성은 6.8%에서 8.1%로, 40대 여성은 5.8%에서 7.6%로 각각 상승했습니다. 음주를 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세대가 중장년층으로 이동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됩니다.
술자리 너머의 건강 경고등
고위험음주는 단순히 술을 많이 마시는 문제를 넘어 다른 건강 요인과도 깊게 얽혀 있습니다. 조사 결과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고위험음주 가능성이 2.55배 높았으며, 만성질환이나 우울 증상을 겪는 사람들 또한 각각 1.32배, 1.24배의 위험도를 보였습니다. 여기서 고위험음주는 남성이 맥주 5캔 이상, 여성이 맥주 3캔 이상을 주 2회 이상 마시는 경우를 의미하는데요. 이 기준을 보면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음주량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가늠할 수 있습니다.
지역별로는 편차가 컸습니다. 울산과 강원, 충북 지역의 고위험음주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고, 경기도에서는 수원 영통의 월간 음주율이 63.1%로 도내 최고였습니다. 반면 과천은 고위험음주율 5.7%를 기록하며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인천은 전반적으로 개선되었지만 수도권 중에서는 여전히 가장 높은 고위험음주율을 기록했고, 옹진군은 전국 최상위권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세부적인 대응이 필요할 때
전반적인 수치를 보면 한국 사회의 음주 문화가 과거보다 다소 절제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천이나 제주 같은 지역은 이전과 비교해 상당히 낮아진 지표를 보이기도 했는데요. 다만 OECD 상위권이라는 위상과 여성층 음주 증가라는 새로운 흐름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제 성별과 연령대, 지역적 특성을 구분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남성 중장년층에게는 절대적 음주 규모를 줄이는 접근이, 30대 이상 여성에게는 음주 문화의 정착을 막고 정신건강과 연계한 예방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주류 광고나 가격 정책, 판매 환경 관리 등 국민 전체의 음주 수준을 낮추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단순히 술을 마시지 말라는 권고를 넘어, 각 집단의 특성을 이해한 세밀한 개입이 음주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