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이 남긴 역대급 과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호황으로 쏟아진 초과세수를 두고 선명한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들어오는 대로 쓰는 건 바보짓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이 돈을 미래 세대의 성장 동력에 투자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는데요. 올해 초과세수는 최소 25조 원에서 최대 100조 원대로 추산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낼 법인세만 100조 원 이상에 이를 전망입니다.
정부는 이 재원을 일반 예산이나 국채 상환에 쓰지 않고 미래에 맡기겠다는 계획입니다. 기획예산처는 미국 주정부의 불황대비기금을 본뜬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검토하고 있으며, 재경부는 한국형 국부펀드 조성에 초과세수를 활용하는 방안을 준비 중입니다. 사실 이런 호황이 영원할 리는 없습니다. 2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요 한파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못했고, 정부는 30조 원 이상의 세수 펑크를 겪었던 게 어제 일 같습니다.
초과이윤 배분, 어디까지가 공정한가
기업이 번 돈을 둘러싼 갈등도 함께 불붙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이 각각 350조 원, 25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노사 현장에서는 성과급 분배를 둘러싼 압박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는 노조가 전면 파업을 단행했고, 셀트리온에서는 창립 25년 만에 처음으로 노조가 설립될 정도로 분위기가 뜨겁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노동자의 기여를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재분배 압력은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고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명확히 했는데요. 특히 한국이 단독으로 초과이윤 배분을 강요할 경우 국가 산업 정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국제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초과이익의 산정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증권사 컨센서스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 전년 대비 증가율로 볼 것인지조차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라 무작정 배분을 요구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AI 시대, 돈을 넘어선 협력이 필요한 이유
반도체 호황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닙니다. 같은 날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현대자동차를 방문해 정의선 회장과 만난 사실이 주목받았습니다. 그가 등장하자 현장에서는 뜨거운 환호가 터져 나왔는데, 이는 AI와 미래 모빌리티가 결합하는 새로운 생태계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정부는 초과세수를 AI 기반 제조 생태계 구축과 청년 세대 지원에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초과이윤 역시 미래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생존 자본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AI와 우주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이윤만 압박하는 환경이 조성되면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초과세수와 초과이윤은 언제 닥칠지 모를 위기를 견디고 내일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자원이라는 인식이 정부와 기업, 노사 모두에게 공유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