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세 번째 '7월 지각 장마'
2026년 장마가 평년보다 한참 늦어지고 있습니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53년 만에 세 번째로 이례적인 '7월 지각 장마'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년 장마 시작일은 제주 6월 19일, 남부 23일, 중부 26일이지만, 올해는 7월 초가 돼서야 첫 장맛비가 내릴 전망입니다.
과거 제주에서 7월 장마가 시작된 사례는 1982년과 2021년 두 번뿐입니다. 이처럼 늦은 장마가 등장한 배경에는 복합적인 기상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북쪽 상공에 영하 15도 안팎의 차고 건조한 공기 덩어리가 버티고 있어 북태평양고기압의 북상이 차단된 것입니다. 여기에 적도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과 동시베리아 지역의 초목 증가에 따른 지표 변화까지 맞물리면서 정체전선은 일본 남쪽 해상에 그대로 머물고 있습니다.
'습도 폭탄' 경고
6월 한 달 동안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대기 중에 수증기와 에너지가 과도하게 축적되었습니다. 열대 수증기가 응축되고 태풍까지 연이어 발생하는 등 폭우를 일으킬 조건이 무르익은 셈입니다. 기상 전문가들은 장마가 시작되면 한 번 내릴 때 무섭게 퍼붓는 '습도 폭탄형 기습 폭우'가 우려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2일 새벽 사이 제주도에 본격적인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다만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의 위치가 불확실해 이것이 본격적인 장마의 시작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7월 6일부터 19일까지는 아열대 고기압의 영향으로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쪽과 북쪽을 지나는 저기압의 영향을 주기적으로 받겠습니다. 주평균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5060%로 나타났고, 주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을 확률이 4050%에 달합니다.
기후 변화와 장마 예측의 한계
한국기상학회 김철희 회장은 "지구온난화와 기온 상승 등 기후 변화로 인해 전통적인 의미의 장마 예측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실제로 2020년대 들어 시베리아 지역의 적설 면적이 줄고 초목이 늘면서 지표가 더 쉽게 데워지는 변화가 관측되고 있습니다. 지각 장마가 잦아지는 현상의 이면에는 기후 체계 전반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는 만큼, 폭우 대비는 물론 근본적인 기후 적응 대책 마련이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