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를 향한 이례적인 항로
중국과 러시아의 핵 탑재 가능 폭격기가 지난 9일, 일본 열도를 따라 도쿄 방향으로 향하는 이례적인 공동 비행 경로를 보였습니다. 일본 방위성의 분석에 따르면, 두 나라의 군용기는 오키나와 남쪽 해역을 통과한 후 북동쪽으로 진로를 변경해 시코쿠 남쪽 태평양까지 날아갔습니다. 특히, 이 경로를 직선으로 계속 유지했다면 도쿄는 물론 요코스카의 해상자위대 및 미 해군 기지까지 도달할 수 있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번 비행이 주목받는 이유는 과거와의 차이에 있습니다. 중국 군용기는 종종 오키나와 인근을 통과해 미군의 전략적 요충지인 괌 방면으로 향하는 패턴을 보여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러시아 폭격기와 함께 명백히 일본 본토, 그중에서도 수도 도쿄를 겨냥한 듯한 경로를 선택했습니다. 일본 방위성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도쿄를 폭격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였다고 분석했습니다.
무력 시위로 읽히는 배경
이번 공동 비행에 투입된 중국의 H-6K 폭격기는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고, 사정거리 1,500km 이상의 공대지 순항미사일(CJ-20)을 발사할 수 있는 전략 자산입니다. 이러한 기종이 러시아 기와 함께 도쿄 방향으로 비행했다는 점은 단순한 훈련을 넘어선 강력한 정치·군사적 메시지로 해석됩니다. 전문가들은 이 움직임이 미국을 견제하고,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러의 영향력을 동시에 과시하려는 전략적 계산에서 나온 것으로 봅니다.
배경에는 최근 악화된 중일 관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양국 간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에서의 대립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러한 일본의 움직임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군사적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같은 시기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오키나와 현 섬들을 포위하듯 ‘S자 형태’로 항해한 점도 이번 폭격기 비행과 연계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즉각적인 맞대응과 긴장의 고리
중러의 이른바 ‘무력 시위’에 대해 미국과 일본은 신속하게 맞대응했습니다. 중러 폭격기 공동 비행 다음 날인 10일, 미 공군의 핵 운반 능력을 가진 B-52 전략폭격기와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공동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또한, 그 직전인 8일부터 11일까지는 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와 자위대 함정이 혼슈 남쪽 해역에서 연합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즉각적인 군사적 행보는 동맹 간 공조의 확고함을 보여주려는 의도입니다. 미일 양국은 중러의 도발적 행위가 역내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공동 대응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억지력을 강화하고자 했습니다. 일본 방위성은 이번 사건 동안 중국 함재기가 자위대 전투기에 레이더를 조사한 사례도 확인했다며, 일련의 사건들이 우발적 충돌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우려했습니다.
안보 환경 재편의 신호탄?
이번 사건은 동북아 안보 지형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과의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중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은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 속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양국의 공동 작전이 일본 본토를 직접 겨냥한 것은 이 협력 관계가 실전적인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향후 일본은 자국의 방위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미일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전망입니다.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의 공동 군사 활동이 더 빈번해지고 그 범위가 확대된다면,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의 안보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도쿄를 향한 비행은 단순한 일회성 도발이 아니라, 역내 군사적 긴장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을 가능성을 경고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