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만원 에어컨 앞에서 벌어진 난투극

한파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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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달 전 수정 · 2026년 7월 3일 오후 2:19

발행: 2026년 7월 3일 오전 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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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40도를 넘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할인마트의 저가 에어컨 판매 행사가 몸싸움과 경찰 출동으로 이어지는 소동을 낳았습니다. 물량 부족 논란이 일었던 이번 사태는 열돔 현상으로 인한 기후 재난의 심각성을 드러냈으며, 환경보호를 이유로 에어컨 보급률을 낮게 유지해 온 프랑스 사회의 모순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와 함께 정부 대응 미흡을 비판하는 불신임안 발의 등 정치적 파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31만원 에어컨 앞에서 벌어진 난투극

프랑스 파리의 한 할인마트에서 지난 7월 2일 아침부터 극심한 혼란이 이어졌습니다. 대형 할인점 리들이 에어컨과 선풍기 20만 대를 할인 판매한다고 공지했는데, 특히 시중가보다 훨씬 저렴한 179유로(약 31만 원)에 에어컨을 내놓자 이른 새벽부터 수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 기다렸던 제품을 손에 넣지 못한 시민들은 서로 머리채를 잡고 주먹질을 하는 등 아수라장이 되었고, 일부 매장에는 경찰이 출동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홍보물과 달리 실제 매장별 에어컨 재고가 한두 대에 불과했다는 점입니다. 한 시민은 새벽 4시부터 7시간을 기다려 한 대를 간신히 구했고, 다른 이들은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는데요.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마트 측이 충분한 물량을 준비하지 않은 채 과장된 광고를 했다며 강하게 항의하고 있습니다.

폭염이 낳은 비극과 기후 재난

이번 소동의 이면에는 40도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프랑스 기상청은 북아프리카에서 유입된 뜨거운 공기가 강한 고기압에 갇히는 열돔 현상으로 인해 최고 기온이 치솟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미 WHO는 유럽 전역에서 1,300명 이상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고, 프랑스 남부에서는 800헥타르가 넘는 산림이 소실되는 등 대형 산불도 잇따랐습니다. 더위를 피할 수단이 부족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냉방기기 수요가 폭증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특히 프랑스는 전통 건축물 보존과 환경 보호를 이유로 에어컨 설치를 까다롭게 규제해 왔고, 보급률도 25%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는데요. 기온이 낮은 북부와 해안가를 찾는 이른바 쿨케이션 열풍이 불고 있고, 관광객 안전을 위해 루브르 박물관과 에펠탑 등이 운영 시간을 단축하는 이례적인 조치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권 갈등과 변화하는 인식

폭염은 단순한 기상 이변을 넘어 정치적 쟁점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녹색당과 극좌 세력인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정부의 재난 대응이 미흡하다며 내각 불신임안을 발의했고, 7월 6일 표결에 부쳐질 예정입니다. 정부가 기후 위기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에어컨 보급과 에너지 정책 사이에서 정치권이 딜레마에 빠진 모습입니다.

한편 프랑스 국민의 78%가 에어컨을 환경 파괴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나, 이번 폭염을 계기로 냉방기기에 대한 시선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 까르푸는 평소보다 1,000배 많은 3만 개의 냉방기기가 팔렸다고 밝혔는데요. 환경을 지키려던 선의가 기후 재난 앞에서는 생존의 현실과 맞부딪히고 있는 것입니다. 기상청은 이번 주말부터 다시 폭염이 찾아올 것으로 예보하고 있어, 프랑스의 고민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