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하나에 발목 잡힌 아이돌
걸그룹 리센느의 멤버 원이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썼다가 뜻밖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무섭노", "와이라노" 같은 일상적인 어미가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의 혐오 표현으로 오해받은 것인데요. 경남 거제 출신인 원이의 고향 사투리가 순식간에 '정치적 의도가 담긴 발언'으로 둔갑하면서 온라인은 물론 지역사회까지 술렁이고 있습니다.
당연히 많은 이들은 이 상황에 황당해하고 있습니다. 맥락 없이 단어만 떼어내 특정 커뮤니티 코드에 대응시키는 건 지나친 해석이라는 거죠. 실제로 원이의 고향인 거제시는 해당 표현이 경남 지역에서 흔히 쓰이는 구어적 방언일 뿐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특정한 정치적 의도를 읽는 건 부적절하다는 해명인데, 이조차 일부에서는 정치적 옹호라는 식으로 비틀기도 합니다. 지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SNS를 뒤덮은 풍자와 밈
논란이 커지자 젊은 세대는 밈과 풍자로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유튜버 뭐랭하맨은 제주 사투리 '맨'을 히어로 혐오 표현으로, '쓰지 마카'를 뚜벅이 혐오 표현으로 엮는 쇼츠를 올려 큰 웃음을 자아냈고요. 인스타그램 웹툰 대구툰도 '노가 금지된 경상도'라는 제목으로 경상도 사투리의 '노'를 모두 삭제한 대화를 연출하며 수백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지역 방언마저 코드 해석의 대상이 되는 현실을 코믹하게 보여준 것입니다.
이런 반응은 단순한 유머를 넘어선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서강대 유현재 교수는 이를 '말도 안 되는 논란에 대한 젊은 세대의 자연스러운 대응'으로 분석했는데요. 원이의 발언은 맥락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자연스러운 사투리 사용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투리 자체를 검열 대상으로 만드는 분위기에 대한 거부감이 밈 문법으로 표출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웃음 속에 담긴 불편한 심기가 읽히는 대목이죠.
교육청 조치와 남은 과제
이 사안은 공기관의 움직임과도 맞물렸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은 원이가 출연한 영상을 일부 공개로 전환했는데, 이를 두고 혐오 표현 논란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교육청 측은 서이초 순직 교사 3주기 추모 주간(7월 13일~19일) 동안 축제성 영상 노출을 자제한 것이라고 해명했고, 추모 기간이 끝나면 다시 전체 공개로 바꿀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추모 기간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여전히 석연찮은 시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논란은 사투리와 지역 문화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방언을 코드화해 정치적 공격의 수단으로 삼는 풍경이 반복될 때, 지역적 정체성은 점점 더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비슷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맥락을 먼저 살피는 문화가 자리 잡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