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발표에 매물 쏟아지다
이재명 대통령이 설 연휴 기간에도 쉬지 않고 SNS를 통해 강조한 부동산 시장 정상화 메시지가 본격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월 23일 다주택자 대상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5월 9일부로 종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서울 아파트 매물 시장에 확실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는데요. 부동산 플랫폼 아실의 집계에 따르면, 1월 23일 5만 6219건이던 서울 아파트 매물이 2월 13일 기준 6만 3745건으로 불과 20여 일 만에 7500건 이상이나 급증했습니다. 이는 정부가 함께 발표한 ‘전세 낀 매물’ 처분 허용 방침과 맞물리며 다주택자들의 매도 움직임을 촉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은 “집을 팔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움직인 건, ‘상응하는 책임과 부담’이라는 메시지가 투기나 과도한 투자를 목적으로 한 다주택 보유자들에게 강력한 경고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무주택 청년과 서민에게 피해를 주는 살지도 않는 주택을 보유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겠죠.
유예 종료, 그러나 완충 장치도 마련
5월 9일 이후 재개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는 조정대상지역 주택 양도차익에 최고 75%(지방세 포함 82.5%)의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입니다.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몇 가지 보완 조치도 함께 내놓았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매매계약 후 최대 6개월까지 양도 시한을 유예해 준다는 점인데요. 예를 들어, 지난해 10월 15일 기준 조정대상지역(강남, 서초, 송파, 용산구) 주택은 5월 9일 전에 계약을 체결하고 4개월 안에 양도하면 중과세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임대 중인 주택에 대해서도 배려가 있습니다. 현재 임대차 계약이 체결된 주택은 그 계약이 종료되는 날까지 실거주 의무를 유예해 줍니다. 또한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할 때 따르던 6개월 내 전입신고 의무도, 대출 실행일로부터 6개월 또는 임대차 종료일로부터 1개월 중 더 늦은 시점까지로 유예되기로 했습니다. 다만 이 유예는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무주택자에게 팔 때만 적용되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증가한 매물, 시장 정상화의 신호일까
매물 증가라는 현상 이면에는 또 다른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등록임대주택의 향배입니다. 서울에는 약 4만 2천 호의 등록임대 아파트가 남아 있는데, 올해만 2만 2천 호가 자동 말소될 예정입니다. 정부가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금융 혜택을 축소할 것을 시사하면서, 이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죠.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매물 총량이 늘어나는 효과는 있을 것이나, 실제 매도로 이어지기까지는 장애물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임대사업자가 집을 팔려면 현재 살고 있는 세입자의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저렴한 보증금으로 장기 거주 중인 세입자가 갱신을 요구하면 매각이 쉽지 않을 수밖에 없죠. 일각에서는 규제 강화가 오히려 전월세 물량 감소와 임대료 상승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민을 위한 소형·저가 주택에 대해서는 규제 강도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강공 행보는 정권 초기라는 시간적 여유와 최근 상승한 지지율에 힘입어 추진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며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죠. 시장에 쏟아진 매물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되는 시작인지. 5월 9일 이후의 시장 흐름이 모든 답을 알려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