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우 덮친 경북 북부
제헌절 사흘 연휴 동안 전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특히 경북 북부 지역은 집중 타격을 입었는데요. 경북 영주에서는 누적 강수량이 206mm를 넘었고, 안동과 의성에서도 230mm에 가까운 비가 기록되었습니다. 대구 수성구 지산동에서는 시간당 89mm의 극한 호우가 관측되며 새로 도입된 재난성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처음 발송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폭우로 경북 8개 시군에서 주민과 야영객 420명이 긴급 대피했습니다. 이 중 상당수는 귀가했지만, 아직 109명은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등에서 잠시 머물러야 하는 상황입니다. 도로 4곳과 하천 제방이 유실되었고, 주택 38채와 농경지 40여 헥타르가 침수되는 등 재산 피해도 속출했습니다. 안동과 의성 지역에서는 상수도 관로마저 끊겨 200여 가구가 수돗물 공급을 끊긴 채 생활하고 있습니다.
화마의 상처 아물기도 전에 덮친 수마
이번 재난의 가장 아픈 부분은 지난해 대형 산불로 집을 잃고 임시 주택에서 살던 이재민들의 피해입니다. 안동과 의성의 임시주택단지 3곳, 총 20동이 불어난 물에 휩쓸려 원래 자리에서 10m 넘게 밀려났습니다. 방 안에는 황톳빛 흙탕물이 들어차 가재도구가 떠다녔고, 일부 주민은 문이 열리지 않자 창문으로 탈출해야 했습니다.
사실 이 지역은 지난해 초대형 산불로 숲이 크게 훼손된 곳입니다. 나무들이 사라지면서 지반이 무방비 상태가 되었고, 이게 이번 폭우 때 토사 유출과 하천 범람을 키운 요인으로 지적됩니다. 산불로 고통받던 주민들이 산의 보호 기능마저 잃은 채, 겨우 정착한 임시 거처마저 물에 잠기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고령층을 중심으로 심리적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피해와 남은 과제
비바람은 경북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전국적으로 827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되었고, 500명 가까운 주민이 일시 대피했습니다. 경기 파주와 동두천, 연천 등 수도권 일부에서도 200mm에 육박하는 폭우가 내렸습니다. 문경 선유동계곡에서는 60대 남성이, 수원 서호천에서는 물놀이를 하던 중학생이 사망하는 등 인명 피해도 잇따랐습니다.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대응 체제를 2단계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산림청은 지반이 약해진 경북 지역의 산사태 위기경보를 '경계' 단계로 상향했는데요. 문제는 이번 주 내내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전국에 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미 약해진 지반과 포화 상태인 하천들이 추가 강수를 버틸 수 있을지 우려가 큽니다.
당분간은 산비탈이나 옹벽 주변 접근을 자제하고, 배수시설 점검을 철저히 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산불과 홍수라는 연이은 재난에 지친 경북 주민들의 일상이 하루빨리 안정을 찾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