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침체 속 벌어진 역대 최대 실적
LG전자가 가전 시장 침체라는 역풍 속에서도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사업 구조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연결 기준 매출 23조 8천억 원, 영업이익 1조 5천억 원을 기록한 것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4.9%, 영업이익 146.9% 증가한 이 성과에는 미국 관세 환급이라는 일회성 요인도 포함되어 있지만, 이를 제외해도 본업의 수익성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생활가전(HS) 사업의 변화가 두드러집니다.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가전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의 판가를 인상하고 가전 구독 서비스를 확대했는데, 구독 서비스는 일반 가전 판매 마진률 5%보다 두 배 이상 높은 10%대 수익률을 기록하며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습니다.
전장·HVAC·로봇, 신성장 삼각 축이 가속화
전장(VS) 사업은 2년 연속 연 매출 10조 원대를 유지했습니다. 인포테인먼트(IVI) 중심으로 5개 분기 연속 한 자릿수 중반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냉난방공조(ES) 사업도 유럽 히트펌프 수요와 AI 데이터센터 냉각 투자 확대를 발판으로 영역을 넓혔고요.
미래 성장 동력으로는 로봇과 데이터센터 냉각이 꼽힙니다. LG전자는 휴머노이드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 '악시움' 양산을 시작했고, CEO 직속 로보틱스사업센터를 신설해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에 본격 착수했습니다. 데이터센터 냉각 칠러는 북미 빅테크 2개 업체 최종 테스트가 한창인데, 통과하면 하반기 대형 수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구조적 변화를 실적 서프라이즈보다 더 중요한 기업 가치 재평가의 근거로 보고 있습니다.
서프라이즈 이후 빠진 차익실현, 그러나 목표주는 상승
실적 발표 다음 날 증권사들의 움직임은 빨랐습니다. 현대차증권, 유안타증권, 대신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잇따라 상향했고, HSBC와 CGSI 같은 외국계 증권사도 각각 28만 원, 27만 원으로 목표가를 높였습니다. 7개 증권사의 평균 목표주가는 24만 6천400원으로 이전 대비 7만 5천 원 이상 뛰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냉정했습니다. 기대치를 웃돈 실적에도 단기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LG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9% 넘게 내려앉아 17만 8천 원에 마감했습니다. 빅테크 CEO 방한 테마주들이 기대감에 급등했다가 실적 부재로 고점 대비 30~70% 폭락한 사례가 반복됐던 만큼, 투자자들이 '실적은 인정하되 단기 과열은 정리하겠다'는 선택을 한 겁니다. 데이터센터 냉각과 로봇 사업의 매출 기여가 구체화되는 시점이 LG전자 기업 가치 재평가의 진짜 분기점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