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앞바다를 뒤흔든 유가 쇼크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겹화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다시 넘어섰습니다. 지난 8일 이란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10척을 공격하고, 이어 요르단 내 미군기지까지 탄도미사일로 타격하면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극도로 고조되었는데요. 10일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101.21달러에 마감하며 50일 만에 100달러를 재돌파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96달러대에 거래되었습니다.
이번 유가 급등은 단순한 에너지 가격 문제를 넘어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아시아 주요 증시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고, 일본 닛케이225 지수와 홍콩 항셍지수 모두 내림세로 마감했는데요. 당연히 한국 경제도 예외는 아니며, 물가와 환율, 금리 정책 전반에 걸쳐 복합적인 압력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기름값 상한선을 둘러싼 딜레마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가장 먼저 기름값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 6월 말부터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는 휘발유 리터당 1,784원, 경유는 1,773원으로 묶여 있는데요. 문제는 국내 기름값 기준인 싱가포르 도매가격이 급등하면서 경유 원가가 이미 1,840원을 넘어섰다는 점입니다. 휘발유 역시 1,750원대로 상한선에 근접해 있어 정유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정유사 손실을 재정으로 보전할 방침이지만, 이 제도의 적용 기한인 오는 9월 22일을 앞두고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물가 안정을 위해 상한선을 동결하면 정유업계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반대로 현실화해 인상하면 내수 물가 상승 불씨를 키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은행도 이러한 유가 충격이 성장보다는 물가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어, 10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시장은 갈라졌고 전망은 엇갈렸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국내 증시에서 정유·가스·해운 관련 테마주의 급등으로 이어졌습니다. 흥구석유는 18% 넘게 치솟았고, 한국석유와 중앙에너비스 등도 강한 상승세를 보였는데요.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원유 인버스 ETF와 ETN을 집중 매수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런 투자 심리 뒤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작용했습니다. 그는 중간선거가 있는 11월까지는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겠지만, 선거 직후 전쟁이 종료되면서 유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는데요. 물론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기간에 해소될지는 미지수지만,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전쟁 피로감과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기대감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1,340원대까지 오르며 대외 불안감을 반영했으나,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달러 매도세와 엔화 강세가 상승 폭을 제한하며 1,330원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