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세의 기울기가 달라지는 순간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한국 경제가 2025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단순한 경기 회복을 넘어 장기 성장 추세 자체가 변하는 초기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새 정부의 정책 방향 정립과 AI 기반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정책과 산업 사이클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겁니다.
IMF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 1.9%에서 2.6%로 상향했고, 이는 미국(2.3%), 일본(0.6%), 유로존(0.9%)을 앞서는 수치입니다. 과거 비현실적으로 여겨졌던 잠재성장률 3% 회복이 다시 정책과 시장의 논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점에서 변화의 의미가 큽니다.
엔진과 변속기, 선순환을 만들다
이번 흐름 전환의 핵심은 단순한 반도체 회복을 넘어 생산능력 확대와 성과의 자산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데 있습니다. 정부는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축으로 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와 함께 상법 개정, 자사주 제도 개편, 국민성장펀드 등 자본시장 개혁을 병행하고 있는데요. 제조업이라는 엔진의 성과를 자본시장이라는 변속기를 거쳐 국민 자산과 미래 투자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려는 전략입니다.
거대 내수시장이나 기축통화가 없더라도, 메모리 반도체와 AI 하드웨어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노드를 확보한다면 시장 규모의 한계를 넘을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됩니다. 대만의 사례처럼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설명이 덧붙었습니다.
국가가 공급해야 할 자원은 '시간'
김 실장은 국가가 제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원이 '시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력이 얼마나 빠르게 대규모 생산능력으로 전환되느냐에 달려 있고, 전력·용수·송전망·인허가 같은 현실적 병목 제거가 반도체 팹 증설의 성패를 가른다는 설명입니다. 확보가 3년만 늦어져도 한 번 잃어버린 시장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경고도 함께 내놓았습니다.
다만 국민의힘은 부동산 가격 불안과 증시 변동성을 지적하며 '오징어 게임 증시'라 비판하고, 김 실장의 즉각 경질을 요구하는 등 강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가계부채라는 구조적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한국이 일본식 저성장 경로를 가장 먼저 벗어날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정책 실행 속도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