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된 협상과 팽팽한 신경전
미국과 이란의 2차 휴전 협상이 파키스탄에서 막판에 무산되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정됐던 협상단의 파키스탄 행을 취소했기 때문인데요. 그는 폭스뉴스와의 통화에서 “성과 없는 대화를 위해 18시간이나 비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을 밝혔습니다. 이 결정은 이란의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파키스탄에서 회담을 마치고 오만으로 출국했다는 소식 직후에 이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협상에서 모든 카드를 쥐고 있으며, 이란이 협상을 원한다면 직접 연락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란 측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라그치 장관은 파키스탄에서 군 총사령관과 총리를 만나 이란의 종전 요구사항을 전달한 뒤 자리를 떴습니다. 그는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의 진정성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죠. 이러한 흐름은 이란이 미국과의 직접 회담보다는 파키스탄 같은 중재국을 통한 간접 협상 선호 의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양측 모두 상대방이 먼저 굴복하길 바라는,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협상 테이블 밖의 복잡한 쟁점들
이번 협상 무산의 배경에는 해결하기 어려운 실질적 쟁점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 가지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 문제입니다. 1차 협상에서 미국이 농축 중단을 장기간 요구했지만 이란 강경파의 반발로 결렬된 바 있습니다. 또 다른 핵심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입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 해협 통제가 미국의 압박을 막는 결정적 전략이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미국과 이란이 해협에서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는 협상 테이블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파키스탄은 이런 난제를 중재하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 왔습니다. 수도 이슬라마바드는 일주일 넘게 봉쇄 상태를 유지하며 회담 준비에 만전을 기했고, 특히 ‘협상 키맨’으로 불리는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이 물밑 교류를 주도했습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컸기 때문에 파키스탄이 마련한 새 중재안도 결국 빛을 보지 못한 모습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초조함을 보여주는 일련의 SNS 폭주도 협상 난항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불투명한 앞날과 외교적 기동
당장의 협상은 무산됐지만, 완전한 결렬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단 파견 취소가 전쟁 재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란 역시 아라그치 장관이 파키스탄을 떠났지만, 향후 주초에 다시 돌아와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죠. 결국 양측은 협상 문호를 완전히 닫기보다는, 상대방을 압박하면서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한 시간을 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이란은 활발한 주변 외교에 나서고 있습니다. 아라그치 장관은 파키스탄 다음으로 오만과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오만은 역사적으로 이란과 서방 간 중재 역할을 해왔던 국가라 의미가 큽니다. 다각도의 외교적 기동은 이란이 미국과의 일대일 대결 구조를 탈피해 국제사회의 지지와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반면 미국은 특사 파견을 취소하며 ‘기다리는 전략’을 택했지만, 의회의 군사작전 승인 기한이 다가오는 점은 트럼프 행정부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팽팽한 긴장 속에 매달린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