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ETF가 출렁이게 만든 코스피
한국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 속에 빠져 있습니다. 6월 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코스피가 6주 만에 약 25% 폭락했고, 장중 고점 대비로는 30%에 육박하는 조정을 겪었습니다. 원인으로 지목된 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입니다.
7월 14일 기준 이 상품 16종의 거래대금은 18조 2천억 원에 달해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의 40%를 차지했습니다. 하루 회전율이 2400%를 넘는 종목도 나타나며 같은 날 24번씩 주인이 바뀌는 초단타 매매가 반복됐습니다. 16종에 자금과 거래가 쏟아진 비정상적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8조 원 증발시킨 기계적 매매
개인 투자자의 피해는 눈부시게 커지고 있습니다. 7월 1일부터 13일까지 미래에셋과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4종의 누적 평가손실이 8조 8천억 원에 달했습니다. 운용자산도 14조 3천억 원에서 8조 9천억 원으로 37% 줄어들었습니다.
손실이 커진 건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레버리지 ETF는 하루 수익률 2배를 맞추려고 장 마감 전 선물 시장에서 기계적으로 매매합니다. 지수가 오르면 선물 매수가 현물을 끌어올리고, 내리면 선물 매도가 다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부메랑이 반복되는 겁니다. 신영증권은 코스피 8,200~8,400 구간에 4조 3천억 원의 매물이 쌓여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한국 시장은 상위 두 종목에 16종이 쏠려 있습니다. 미국은 400종 이상이 분산돼 있고 거래대금 비중도 5% 수준이지만, 한국은 30~40%에 달합니다.
규제 카드 꺼낸 금감당국
금융당국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금융투자협회는 14일 주요 증권사 대표들과 긴급 회의를 열고 자율 규제에 합의했습니다. 현재 1천만 원인 기본 예탁금을 상향하고, 2시간인 사전 교육 시간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유동성공급자 거래 시간대 분산과 맞춤형 위험 경고 강화 방안도 함께 추진됩니다. 국회에는 3만 명 이상이 동의한 청원도 올라가 있습니다.
다만 SBS 보도에 따르면 이미 10조 원이 묶인 상황에선 '뾰족한 수'가 없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해외 IB들은 이번 급락의 원인을 차익실현과 레버리지 청산으로 봤고, 가파른 V자 반등보다는 완만한 회복이 예상됩니다.
결국 이번 사태는 개인 투자 손실을 넘어, 파생상품이 현물 시장을 왜곡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겁니다. 자율 규제만으로 변동성이 잡히지 않으면 정부 차원의 추가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