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6만 명이 몰린 북아프리카 국경
2026년 7월 말, 모로코에서 스페인령 세우타로 약 5만에서 6만 명의 이주민이 한꺼번에 밀려들면서 인구 8만 명 남짓한 이 도시는 순식간에 마비되었습니다. 이들은 주로 튜브나 보트를 이용해 위험한 바다를 건넜으며, 이 과정에서 최소 60명 이상이 익사하거나 방파제에서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당연히 세우타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고, 일부는 이주민들에게 거칠게 대응하며 상점 문을 닫는 등 봉쇄 조처에 나섰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이주민은 소셜미디어에서 들은 '유럽에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와 달리, 본토로 이동할 방법도 없고 극심한 배고픔과 현지의 냉대만 마주했습니다. 결국 약 4만 8천 명은 사흘도 채 안 돼 모로코로 발길을 돌렸지만, 여전히 수천 명은 유럽행 의지를 버리지 않은 채 남아있습니다.
국경을 닫는 이웃들, 외교적 파장
이번 사태는 유럽연합 내부에서도 큰 갈등을 낳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와 덴마크를 중심으로 한 EU 22개국 정상들은 긴급 화상회의 소집을 요구하며 불법 입국 차단과 국경 통제 강화를 촉구했습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솅겐 조약 적용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고 스페인과의 해상·항공 국경까지 폐쇄하는 초강수를 뒀는데요, 이에 핀란드와 덴마크가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스페인의 고립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반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런 대응이 이기적이고 분열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외부 국경 보호가 최전선 국가만의 몫이 아니라 모든 회원국이 함께 져야 할 공동 책임이라고 강조하며, 8월 4일 법무·내무장관 긴급회의를 통해 연대의 가치를 재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스페인 정부도 사태 수습을 위해 500m 길이의 해상 차단벽 설치 등 물리적 조치를 서두르고 있긴 합니다.
허위 정보와 지정학적 퍼즐
이번 유입의 배경에는 단순한 경제적 동기만 있는 건 아닙니다. 스페인 대법원이 해상 도착 이주민을 즉각 추방할 수 없다고 판결한 내용이 왜곡되어, '세우타에 들어가면 영주할 수 있다'는 소문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퍼졌습니다. 인신매매 조직들이 이를 악용해 모로코의 젊은이들을 선동했고, 이들은 경제적 절망 속에서 더 나은 미래를 찾아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전문가들은 이 사태 뒤에 모로코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이 최근 라이벌 국가인 알제리와 외교 관계를 회복하려 하자, 모로코가 국경 통제를 일부러 느슨하게 해 영향력을 과시하려 했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개입 의혹까지 더해지며, 단순한 이민 문제가 복잡한 지정학적 위기로 번지고 있습니다. EU가 4일 회의에서 어떤 공동 대응을 내놓을지에 따라, 향후 유럽의 국경 정책 방향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