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반입이 정식 수입을 압도하는 현상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불법 반입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관세청 집계를 보면 2026년 상반기에 적발된 건수만 4,155건에 달하는데요. 이는 2025년 한 해 동안 적발된 1,189건의 3.5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2024년에 불과 4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정식으로 통관된 물량과의 비율입니다. 2024년부터 올해 6월까지 불법 반입 적발 건수는 누적 5,348건인 반면, 정식 수입은 596건에 그쳤습니다. 불법 반입 물량이 정식 수입량을 여섯 배 이상 압도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불법 유입은 국제우편을 통해 이루어졌고, 최근에는 여행자가 직접 가져오는 경우도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가격 차이와 엔저가 불러온 해외 직구 열풍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한국과 일본의 극심한 가격 차이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마운자로 2.5mg 제품을 예로 들면, 국내에서는 최저가가 29만 원대인데 일본에서는 약 7만 4천 원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해당 약물을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관리하는 반면, 한국은 비급여 의약품으로 분류돼 의료기관이 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하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최근의 엔저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직접 비행기를 타고 제품을 사 오려는 이른바 캐리어 직구 시도가 크게 늘었습니다. 2024년에는 여행자 휴대품 적발이 1건에 불과했지만, 2025년에는 134건, 올해 상반기에는 656건으로 폭증했습니다. 문제는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식약처가 지정한 유해 의약품이라 자가 사용 목적이라도 반입이 전면 금지된다는 점입니다. 적발되면 수량과 상관없이 전량 폐기되며, 온라인상에서 세관 신고를 회피하는 편법 정보가 공유되는 등 단속의 사각지대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폭발적 수요와 유통 관리의 두 얼굴
불법 반입이 기승을 부리는 건 국내 시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국내 매출은 마운자로가 3,232억 원, 위고비가 1,040억 원으로 두 제품 합계가 4천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당연히 이런 폭발적인 인기는 정상적이지 않은 유통 경로를 확산시키는 부작용도 낳고 있습니다.
식약처가 최근 점검한 결과, 일부 의원에서는 진료기록부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았고 약국에서는 처방전 없이 전문의약품을 판매하는 등 규정 위반 사례도 적발됐습니다. 이에 정부는 해당 의약품을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고 DUR 시스템을 활용해 처방 현황을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단순한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 속에서, 국내외 약가 격차를 완화하는 근본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는데 유통 관리 체계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불법 유통은 더욱 교묘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