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우, 남해안을 덮치다
경남과 전남 남해안 일대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지자체들이 비상에 걸렸습니다. 경남도는 16일 낮 12시 50분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근무를 2단계로 격상했는데요. 앞서 새벽 호우주의보에 따라 1단계를 가동했으나,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대응 수준을 끌어올린 것입니다.
특보 지역도 빠르게 확대되었습니다. 남해, 사천, 고성, 통영, 거제에는 호우경보가 발효되었고, 창원과 의령, 함안을 비롯한 13개 시·군과 부산, 제주 산지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실제로 남해 상죽에는 154.5mm, 사천 선구동에는 146mm의 비가 몰려왔고, 사천 대방동은 하루 만에 230mm에 가까운 폭우를 기록했습니다. 기상청은 남해안 일부 지역에 최대 250mm 이상의 강수량이 더 쏟아질 수 있다고 예보했습니다.
소멸한 태풍이 남긴 것
이번 집중호우는 이미 소멸한 두 개의 태풍이 남긴 유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13호 태풍 '돌핀'과 제14호 태풍 '찬홈'이 각각 중국 상하이 부근과 일본 내륙을 지나며 동해상에 막대한 수증기를 남겼는데요. 이 잔여 수증기가 서해상 저기압과 만나면서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를 끌어올려, 남부지방에 거대한 비구름대를 만들어낸 겁니다.
사실 이 비를 애타게 기다렸던 곳이기도 합니다. 최근 1년간 남부지방의 누적 강수량은 평년의 81%에 불과했고, 경남 지역 농업용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30%대에 머물렀습니다. 남강댐과 운문댐 등 주요 댐들이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가뭄이 극심했는데요. 이번 호우가 찾아오면서 가뭄 해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메말랐던 토양이 오히려 위험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단비와 재해 사이
메마른 땅은 빗물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합니다. 기상청은 이미 메말른 토양이 집중호우를 견디기 어렵다고 경고했는데요. 시간당 30~50mm, 일부 지역은 70mm에 달하는 극한 호우가 내리면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기보다 지표면을 따라 급류를 이루기 쉽습니다. 이로 인해 저지대 침수와 산사태, 하천 범람 위험이 매우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경남도는 산사태 취약지역과 하천변, 저지대를 중심으로 현장 예찰을 강화하고 선제적 출입 통제에 나섰습니다. 재난안전문자와 마을방송을 통해 실시간 상황도 안내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비는 17일 오전에 대부분 그칠 전망입니다.
문제는 비가 그친 뒤입니다.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낮 기온이 다시 29~33도까지 오르면서 무더위가 찾아올 예정인데요. 높은 습도로 인해 체감온도는 33도 안팎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열대야가 다시 시작되면서 남부지방은 단비의 안도감도 잠시, 폭염과의 긴 싸움을 이어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