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테이블의 팽팽한 줄다리기
이재명 대통령이 CNN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한미 관세협상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놓고 양국 간 현금 투자 비중을 두고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요, 막판 협상에서도 현금 투자액을 둘러싼 평행선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연간 250억 달러의 현금 투자를 요구하는 반면, 한국은 연 150억~200억 달러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고자 하고 있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무박으로 워싱턴을 방문해 러트닉 상무장관과 2시간 가까이 진행한 협상에서도 '일부 진전'에 그쳤습니다. 김 실장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하며 협상의 불확실성을 시사했습니다. 한국 측은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원가 구조에서 시작된 논쟁
협상의 골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미국 측은 당초 3500억 달러 전체를 현금으로 요구했으나, 최근에는 일부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한 규모의 현금 투자를 고집하고 있어 한국 측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죠.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연간 150억~200억 달러 정도의 외화 투자가 가능하다'고 밝힌 수준을 크게 넘어서는 요구라는 게 우리 측의 해석입니다.
투자금 납입 기간 또한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습니다. 한국 측은 투자금을 가능한 한 장기간에 걸쳐 분할 납입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반면,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투자 완료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트럼프 임기인 2029년까지 투자를 완료하기로 약속한 상황이 비교 대상이 되면서 추가적인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판단이 갈릴 때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 협상이 지난 대선 시기에 마무리됐다면 '깊은 수렁에 빠졌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한덕수 전 총리가 당시 협상을 서둘러 끝내려 했다는 지적과 함께, "시간에 쫓겨 부적절한 합의를 하지 않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기존 입장과 맥을 같이 합니다. 미국 측의 초기 요구가 한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공감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9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루고 문서화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협상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공정한 관세 협정을 체결했다'고 과장 발표한 점도 협상 국면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변수입니다.
동맹 관계 속의 실용적 계산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는 동맹이고 상식을 갖고 있어 합리적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음을 표시했습니다. 하지만 실무 협상 현장에서는 투자금 회수 시 수익 배분 비율에서도 의견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은 수익의 90%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일본과의 합의를 고려해 한국에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협상팀은 당장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장관급 대면 협상이 종료된 가운데, 이제는 두 정상의 정치적 결단에 따라 최종 합의가 성사될지가 주목되는데요, APEC 정상회의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일주일입니다. 이번 주가 한미 관세협상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