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찼는데도 막지 못한 스토킹 살해, 경찰 대응과 제도 허점 드러나

KMY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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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달 전 수정 · 2026년 3월 16일 오후 9:20

발행: 2026년 3월 15일 오후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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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를 찬 가해자가 스토킹 끝에 피해자를 살해한 남양주 사건은 경찰의 미흡한 초기 대응과 제도 운영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피해자의 수차례 신고와 스마트워치 지급에도 불구하고, 기관 간 정보 미연동과 잠정조치 미신청 등이 겹치며 참극을 막지 못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질타와 감찰 지시에도, 스토킹 범죄의 특성을 고려한 가해자 격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실행력 전환이 시급한 과제로 남았습니다.

제도를 무력화한 치명적 공백

전자발찌를 차고도 스토킹 끝에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경기 남양주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해 사건은 피해자가 수차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고, 가해자는 이미 전자발찌를 찬 상태였음에도 참극을 막지 못했습니다. 피해 여성은 생전에 가해자인 전 사실혼 동거남의 스토킹을 여러 차례 신고했고, 경찰로부터 스마트워치도 지급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는 피해자의 퇴근길을 미리 파악하고 기다리다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가장 강력한 격리 수단으로 여겨졌던 전자발찌가 실질적인 보호막이 되지 못한 셈이죠.

사건의 핵심은 이미 마련된 제도가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못한 데 있습니다. 가해자는 과거 성범죄 전력으로 법무부 소관의 전자발찌를 착용 중이었습니다. 반면 피해자가 착용한 스마트워치는 경찰이 관리하는 장치였는데, 두 기관 간 정보가 연동되지 않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해도 자동 경보가 울리지 않았습니다. 이는 관리 주체가 다른 탓에 생긴 치명적인 공백이었습니다. 경찰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순찰을 강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가장 확실한 예방 장치인 '잠정조치 3-2호'는 법원에 신청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신청하지 않았다'는 경찰의 선택

스토킹처벌법에는 가해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는 '잠정조치 3-2호'가 있습니다. 이 조치가 내려지면 가해자의 기존 전자발찌에 피해자 정보가 연동되어, 접근 시 피해자와 경찰에 실시간으로 경보가 갑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이 조치를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경찰 측은 더 강력한 조치인 구속영장 신청과 '잠정조치 4호'(유치장 구금)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었고, 결국 아무런 격리 조치도 시행되지 않은 채 범행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선택이 단순한 판단 실수가 아니라 체계적인 미흡에서 비롯됐다는 점입니다. 피해자는 지난 1월과 2월, 자신의 차량에 위치추적 의심 장치가 부착됐다고 두 차례나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첫 번째 신고에 대한 감정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하는 데만 한 달 가까이 걸렸습니다. 가해자는 그 사이 피해자의 직장 주변을 배회하며 범행을 준비했고, 경찰 소환에도 불응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스토킹 범죄의 특성상 초기 단계에서 가해자를 단호히 격리하는 게 핵심인데, 수사기관이 서류 작업과 감정 결과만 기다리며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지적합니다.

반복되는 교훈과 남은 과제

이재명 대통령은 사건 보고를 받고 관계 당국의 대응이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며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대통령은 책임 있는 관계자에 대한 감찰과 엄정 조치를 지시했고, 경찰청은 즉시 내부 감찰에 착수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2022년 구로구 여성 살인 사건 등 과거 비슷한 사례에서 지적된 문제들이 고스란히 반복된 양상입니다. 법원은 피의자의 권리 보호를 이유로 구금·구속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고, 경찰과 검찰은 이에 맞춰 신청 자체를 꺼리는 악순환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술적 보완만으로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법무부는 오는 6월부터 스토킹 가해자의 실시간 위치를 피해자가 확인할 수 있는 앱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경찰청도 112 시스템과의 연계를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수사기관과 법원이 스토킹을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폭력 행위로 인식하고,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에 두는 태도 전환입니다. 제도가 아무리 완비되어도 이를 실행하는 주체의 의지가 따르지 않으면 '종이 방패'에 불과하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