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 잠항 능력, 서희함
한화오션이 건조 중인 3,600톤급 잠수함 서희함이 진수를 앞두고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길이 89미터로 장보고-Ⅲ 1단계보다 함체가 커졌고, 내부 공간도 넓어져 승조원들이 장기 임무를 수행하기 한결 수월해졌는데요. 디젤 잠수함 가운데 세계 최장 수준의 잠항 능력을 확보한 게 가장 눈에 띕니다.
납축전지 대신 리튬이온 배터리를 채용해 충전 시간을 줄이고 물속에 머무는 시간을 늘렸습니다. 공기불요추진장치(AIP)까지 결합해 고속 기동과 장기 잠항을 함께 노린 겁니다. 국산화율은 약 80퍼센트에 달합니다.
무장도 두터워졌습니다. 수직발사관을 기존 6개에서 10개로 늘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운용 능력을 강화했고, 음파탐지기는 배치를 새로 바꿔 뒤에서 접근하는 적을 더 정확히 잡아냅니다. 한화오션 측은 수중 작전 일수를 크게 늘리고 전략적 억제력이 강화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성능만으로는 넘지 못한 벽
그런데 정작 해외 시장에서 성적표는 신통치 않습니다. 캐나다와 폴란드의 대형 잠수함 사업에서 서희함은 최종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캐나다는 2024년 초계잠수함 사업에서 독일 TKMS의 212CD를 택했습니다. 북극 작전과 장기 지원, 경제·전략적 이익을 종합적으로 따진 결과인데요. 212CD는 빙하 아래에서 부상하는 능력과 항속거리 검증이 완전하지 않아 논란도 이어집니다.
폴란드 오르카 사업에서는 스웨덴 SAAB의 A26이 선택됐습니다. 발트해 환경에 최적화된 설계와 2030년까지 첫 인도를 약속한 납기, 폴란드 조선소 참여와 유지·보수 체계까지 묶어 제안한 게 주효했습니다.
승부를 가르는 건 종합 패키지
두 사례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잠수함 수출은 제원 경쟁이 아니라 운영 환경, 납기, 유지보수, 산업협력, 장기 계약을 아우르는 전체 패키지 싸움이라는 겁니다. 성능이 뛰어나도 발주국이 요구하는 조건을 함께 충족하지 못하면 선택받기 어렵다는 거죠.
서희함은 올가을 진수 직전 시운전을 거쳐 내년 말 해군에 인도될 예정입니다. 한국 잠수함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성과인 동시에, 다음 수출전에서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하는지도 알려줍니다. 맞춤형 제안과 납기 보장, 현지 산업 참여, 유지·보수 체계를 갖춘 종합 전략이 뒷받침될 때 다음 승부도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