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싸라기' 땅에 주택이 들어선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용산공원 내 청년 및 신혼부부 주택 공급이 서울시와의 갈등 속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원 기능이 일부 상실된 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자는 입장인데요.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공원 본체를 아파트 부지로 전용하는 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서울시는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 범위를 두고 공급량부터 접근 방식까지 모든 것이 다른 '다른 셈법'을 펼치고 있습니다.
숫자 너머의 현실, 넘어야 할 산
당연히 양측의 시선은 숫자에 먼저 갑니다. 정부가 제시한 본구역 활용안에는 용산어린이정원을 비롯해 최대 2만 5,4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담겼습니다. 반면 서울시가 역제안한 캠프킴 등 주변 구역 활용은 약 7,950가구에 그쳐 물량 차이가 3배 가까이 납니다. 하지만 숫자 너머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2007년 제정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이 필수적이고, 토양오염 정화 작업에만 7년에서 10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문가들은 물량 확보보다 오염토 정화와 공원화 원칙 수립이 먼저라고 입을 모읍니다.
공원을 넘어선 도시 가치 충돌
반대로 이번 논란이 단순히 주택 공급 문제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남산 차경이 고층 아파트에 가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한양대 조세환 명예교수는 37년간 이어진 사회적 합의를 깨는 행위라며 생태적 연결성 파괴를 경고했습니다. 용산공원 개발은 주택 공급이라는 단기 목표와 도시의 문화·생태 가치라는 장기 자산 사이에서 민감한 충돌을 빚고 있습니다. 조 교수는 도쿄의 롯폰기힐스처럼 도심 저밀 주거지를 고밀 복합 개발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청년 주거난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가 임기 내 성과를 내기 위해 이미 정화가 완료된 유일한 부지를 쓰려는 조급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이번 주 김윤덕 장관과 오세훈 시장의 재회동이 예정되어 있지만, 주변 국공유지 활용과 공원 본구역 개발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공원을 지키면서도 청년들의 주거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대안이 먼저 제시돼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