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나온 결론
2020년 10월 쿠팡 대구 물류센터에서 28세 일용직 노동자 장덕준 씨가 숨진 사건을 두고 고용노동부가 2026년 10월 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장 씨는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근무한 뒤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고, 근로복지공단은 2021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습니다. 쟁점은 쿠팡 창업자 김범석 대표가 사망 직전 남긴 메시지였습니다. 조사에서는 “열심히 일한 기록을 남기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가 확인됐습니다. 다만 노동부는 부적절한 지시는 인정하면서도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쿠팡은 결정을 존중한다는 사과문을 냈지만, 유족은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재조사 요구와 블랙리스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10월 23일 서울 중구 고용노동청에서 유가족과 대책위원회를 만났습니다. 대책위원회는 불기소 의견을 뒤집어 달라고 요구했지만, 김 장관은 공소시효 만료와 자료 확보 부족을 이유로 결과를 바꾸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대책위원회가 함께 문제 삼은 것은 쿠팡의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입니다. 2024년 내부 제보로 드러난 명단은 퇴사자의 재취업을 제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동부는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나, 대책위원회는 기자와 노조 간부까지 포함된 명단이 2년 넘게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김 장관은 블랙리스트 문제는 다시 검토하고, 공개 가능한 자료는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남는 책임의 공백
이번 사건은 산업재해 은폐 의혹과 기업의 책임 범위를 다시 드러냈습니다. 법적 절차가 시효로 끝났더라도 유족과 노동계가 느끼는 책임 공백은 쉽게 메워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반대로 기업 입장에서는 수사 결과와 사법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도 있습니다. 관건은 추가 조사와 자료 공개가 어디까지 이뤄지느냐입니다. 노동부는 블랙리스트 의혹을 포함해 추가 조사를 계속하겠다고 했지만, 유족이 요구하는 재조사까지 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