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젤렌스키, 플로리다서 '종전 회담'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회담을 갖기로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5일 TV 연설에서 "미국 협상단과의 논의를 통해 종전안의 90%가 완성됐다"고 밝히며 "새해가 되기 전에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남은 부분을 매듭지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지난 12월 초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성탄절 데드라인'이 지난 뒤 이루어지는 만큼, 협상이 마지막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미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 고문 등 미국 협상단과 20개 항으로 구성된 평화안 초안을 논의했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판단될 때만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회동은 양측이 합의점에 가까워졌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러시아 "협상 내용과 다르다"…영토 문제 난항
하지만 러시아의 반응은 냉담하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26일 "우크라이나가 공개한 20개 항 종전안이 러시아와 미국이 협의해온 28개 항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합의를 무력화하려 한다"며 비판했다. 다만 크렘린궁은 미국 측이 제안한 문서를 분석 중이며, 미국과의 추가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의 영토 문제다. 러시아는 이미 이 지역의 상당 부분을 점령했고, 2022년 9월 자칭 '주민투표'를 거쳐 합병을 선언한 상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산업 중심지에서 철수할 용의가 있지만, 러시아군도 철수해야 한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또 해당 지역을 비무장지대로 만들거나 '자유경제구역'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돈바스 전체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기업가들과의 자리에서 '돈바스 전체를 원한다'고 밝혔으며, 영토 교환에도 열려 있다는 뜻을 비쳤지만, 구체적인 양보는 없었다.
유가 하락·전장 공방 지속…협상 끝낼 수 있을까
평화 협상 진전 소식은 국제 유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26일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56.74달러로 전장보다 2.8% 떨어졌다. 6주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종전 협상이 진전되면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출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공급 과잉 우려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상에서는 여전히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영국제 스톰 섀도우 미사일을 사용해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의 정유시설을 공격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므콜라이우 지역에 드론을 보내 전력망을 타격하는 등 보복을 시도했다. 평화 협상이 진전되는 동안에도 양측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군사적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제 모든 시선은 28일 트럼프-젤렌스키 회담에 쏠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어떤 합의를 도출하느냐가 러시아의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러시아가 종전안에 동의할 경우, 2년 넘게 계속된 전쟁이 막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영토 문제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협상은 또다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