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뒤덮은 '생활고' 분노
2026년 10월 24일, 프랑스 전역에서 41만 명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노동총연맹(CGT)은 80만 명으로 집계하며 규모를 두고 엇갈렸지만, 고물가와 교육·공공서비스 투자 부족에 대한 분노만큼은 분명했습니다. 파리에서만 11만 명이 모였고, 마르세유와 툴루즈, 보르도 등 주요 도시에서도 행진이 이어졌습니다.
경찰은 7만 명을 배치하고 헬기와 장갑차까지 동원했습니다. 최루탄과 물대포가 오갔고, 1,000명 가까이가 체포됐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공식 허가를 받은 시위 외에는 금지령을 내렸지만, 거리로 나온 인파를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정부에 버림받았다"는 외침이 프랑스 사회 저변의 불만을 그대로 드러낸 겁니다.
국경을 넘은 분노
불씨는 유럽 전역으로 번졌습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대학생 등 약 1만 명이 행진했고, 일부는 콜로세움 앞 개선문으로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으로 맞섰고, 명품 매장들은 유리창에 나무판을 대고 일찍 문을 닫았습니다. 로마와 피렌체, 볼로냐, 토리노에서도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멜로니 총리는 "시위할 권리와 시민의 안전은 모두 보장돼야 한다"며 폭력만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2만 5천 명이 연금 보장과 공공부문 개선을 요구했고,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주택난을 규탄하는 텐트 농성이 이어지다 55명이 체포됐습니다. 벨기에 브뤼셀과 알바니아 티라나에서도 교육 투자 확대와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시위가 격화됐습니다.
재정과 정치, 두 갈래 파장
시위의 뿌리에는 만성적인 재정 압박이 자리합니다.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119%를 넘어섰고, 에너지 가격 상승이 가계 부담을 키웠습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24년 만에 5%를 돌파했고, 독일과의 금리 격차는 유로존 위기 이후 최대로 벌어졌습니다. CAC40 지수가 한 달 새 4.5% 빠졌고, 까르푸는 실적 전망을 낮추며 주가가 14% 급락했습니다.
정치 지형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극우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이 34%로 선두를 달리는 반면,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15%까지 떨어졌습니다. 반면 시위에 대한 지지율은 53%로 과반을 유지했지만, "빨리 끝나길 바란다"는 응답도 59%로 늘었습니다. 거리의 분노가 경제와 정치 양쪽에서 어떤 파장을 낼지, 유럽은 지금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