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SK, 성과급 운명이 갈린 까닭

조K아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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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달 전 수정 · 2026년 2월 12일 오후 1:47

발행: 2026년 2월 12일 오후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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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은 퇴직금 산정 시 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는 삼성전자 성과급을 임금으로 인정한 지난달 판결과 대비된다. 법원은 SK하이닉스 성과급이 매년 노사 협상으로 정해지고, 회사 이익 변동에 크게 의존해 근로 대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성과급 제도의 법적 성격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같은 성과급, 다른 운명

대법원이 지난 2월 12일, SK하이닉스 퇴직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준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퇴직금 산정 시 경영성과급을 ‘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최종적으로 기각된 건데요. 이번 판결은 불과 한 달 전인 지난 1월, 삼성전자 퇴직자들의 유사한 소송에서 목표 인센티브의 임금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과 정반대의 결과입니다. 같은 ‘성과급’이지만, 그 성격과 지급 방식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입니다.

두 사건의 핵심 쟁점은 ‘평균임금’의 범위였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퇴직금은 퇴직 전 3개월간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계산됩니다. 따라서 성과급이 이 평균임금에 포함되느냐 여부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할 수도 있는 퇴직금 총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죠. SK하이닉스 퇴직자들은 회사가 1999년부터 꾸준히 지급해온 생산성격려금(PI)과 이익분배금(PS)이 근로의 대가이므로 퇴직금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왜 SK하이닉스 성과급은 ‘임금’이 아닌가

대법원이 SK하이닉스의 손을 든 결정적 이유는 지급의 ‘의무성’과 ‘정기성’이 결여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임금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지급할 법적 의무가 있어야 하며, 그 금액이 근로의 양과 질에 비례해 정기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은 매년 노사 간 협상을 통해 그해의 지급 여부와 금액이 새롭게 정해지는 구조였습니다. 특히 2001년과 2009년에는 아예 노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성과급이 전혀 지급되지 않은 해도 있었죠.

또 다른 중요한 차이는 성과급 결정 요인에 있습니다. 대법원은 PS(이익분배금)가 회사의 영업이익이나 경제적 부가가치(EVA)에 기초해 결정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영업이익은 근로자의 노력뿐만 아니라 자본 투입, 시장 상황, 원자재 가격 등 수많은 외부 요인에 좌우됩니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지급률은 연봉의 0%에서 50%까지 극적으로 오르내렸습니다. 이처럼 근로 제공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어렵고, 변동성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 ‘근로의 대가’라는 성격을 부정하는 결정적 근거가 된 겁니다.

기업과 노동 현장에 던지는 의미

이번 판결은 향후 기업의 성과급 제도 설계와 노사 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기업 입장에서는 법적 분쟁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성과급 제도의 명확한 근거 규정을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미리 세세하게 명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삼성전자 사건에서 임금성이 인정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취업규칙에 지급 기준이 명시되어 있었다’는 점이었거든요.

노동조합과 근로자들에게는 협상 테이블에서의 전략 재고가 필요해 보입니다. 단순히 ‘매년 지급해왔으니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하기보다, 해당 성과급이 근로자의 구체적인 업무 성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궁극적으로 이번 판결은 성과급이 ‘경영 성과의 배당’인지, ‘근로 성과의 정산’인지에 대한 법적 해석의 기준선을 한층 더 선명하게 그은 사건입니다.

앞으로 다른 기업에서 비슷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번 삼성과 SK의 판례는 중요한 준거가 될 것입니다. 성과급의 명칭이 아닌, 실질적인 지급 조건과 운영 방식이 법원의 판단을 좌우할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기업의 인사 제도가 단순한 보상 체계를 넘어 법적 견고성까지 갖추어야 하는 시대가 된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