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뒤에 찾아온 법정의 시간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다시 법정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이란과의 휴전이 발효되면서, 전쟁 기간 동안 중단됐던 그의 부패 혐의 재판이 오는 12일 재개되기로 했습니다. 국가 비상사태가 해제되자마자 법원이 내린 결정인데요, 이로써 네타냐후 총리는 ‘총리’가 아닌 ‘피고인’의 신분으로 공판에 출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가 기소된 혐의는 언론과의 부적절한 거래를 통한 유리한 보도 사주와 부호들로부터의 금품 수수 등 3건에 달합니다. 재판 재개 소식은 전쟁의 포성이 잠잠해진 자리에, 이스라엘 내부의 오래된 정치·사법 갈등의 불씨가 다시 타오를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사법 리스크와 전쟁 카드
네타냐후 총리의 재판이 중단됐던 기간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은 전시 체제에 들어갔고, 사법부도 비상 체제를 선포했습니다. 그 사이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 리스크’에서 일시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었죠. 사실 그는 재판에 회부되기 전부터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이른바 ‘사법 개혁’을 추진하며 강력한 반발을 샀습니다. 대법원 판결 번복 가능성 제고, 법관 임명 절차 변경 등의 내용을 담은 개혁안은 ‘사법 쿠데타’라는 비판과 함께 역사적인 규모의 반정부 시위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전쟁은 이러한 내부의 첨예한 대립을 일시적으로 덮어버리는 효과를 가져왔고, 네타냐후 총리는 강력한 지도력 아래 국민 통합을 이끄는 인물로 포지셔닝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고 있습니다. 휴전이 이루어지고 전쟁이 끝나는 길목에 서자, 그의 정치적 생존을 위협하는 옛날 이야기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거죠. 일각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에 이어 헤즈볼라를 공격하고, 나아가 이란 정권 교체까지 염두에 두며 전쟁을 지속하려는 배경에는 재판을 다시 미루려는 계산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전쟁이 계속되는 한 ‘국가 위기’를 이유로 재판은 중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휴전 발표 직후 레바논을 공습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히는데요, 미국의 휴전 결정에 대한 일종의 반발이자 전쟁 종결 거부 의사를 보여준 행보로 풀이됩니다.
내부의 분열과 국제적 시선
네타냐후 총리의 재판과 전쟁 수행은 이스라엘 사회를 다시 양극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장기 집권으로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 중 하나로 평가받던 그의 이미지는 ‘부패한 정치인’이자 ‘전쟁광’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카타르로부터 거액의 홍보비를 수수한 의혹(소위 ‘카타르 게이트’) 같은 새로운 논란까지 겹치며, 해외 유대계를 포함한 그의 지지 기반도 흔들리는 모습입니다. 전쟁을 통해 얻었던 단결과 지지율은 휴전이 성사될수록 다시 빠르게 하락하고 있으며, 이는 그의 정치적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관심도 뜨겁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의 밀월 관계를 바탕으로, 그가 전쟁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면을 촉구하는 등 ‘네타냐후 구하기’에 나선 바 있습니다. 반면 이란 측은 네타냐후 총리의 투옥을 앞당길 것이라며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아르헨티나의 군사 정권이 포클랜드 전쟁을 일으킨 사례처럼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 한 지도자들이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습니다. 네타냐후 총리의 선택이 중동 지역의 불안정을 심화시키지 않을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누가 그 최종적인 책임을 질지에 대한 질문이 국제사회를 통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